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정 Jun 19. 2023

6. 무지한 집사 미안한 집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VS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6)


샤샤도 까망이도 예방접종 외에는 병원을 오가는 일은 없었는데 샤샤가 십이지장염으로 한 번, 까망이가 중성화 수술로 내원한 외에는 늘 건강했다. 이사를 한 후 첫여름을 맞았을 때 두 녀석 다 입맛이 없는지 먹는 양도 줄고 활동이 뜸하게 느껴졌다. 까망이는 원래 날렵한 몸매였지만 체중이 줄었고 잠이 늘었다. 이사 후 환경이 달라져서 그런가 했을 뿐 별 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있을 테지 하면서 까망이의 체중이 줄어든 것이 맘에 걸려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여섯 번째 글을 쓰면서도 까망이 얘기를 너무 하지 못했다. 까망이는 윤기 나는 검은색 털을 갖고 있었는데 가슴 쪽과 손은 하얀 턱시도냥이다. 검은색 고양이라 아무리 사진을 잘 찍으려 해도 몸놀림의 모습이 잘 담기지 않았다. 표정이 얼마나 다양한데 그 얼굴이 사진에 담기지 않으니 아쉬움이 컸지만 그런 까망이는 우리만 알 고 있는 매력을 가진 고양이었다. 아침 모닝콜을 해주는 까망이는 앞서 언급했지만 까망이는 내 배 위에 올라와 엉덩이를 보인 자세로 있거나 내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잠을 잤다. 나는 밤에 누운 자세 그대로 아침에 깨는 잠버릇 없는 잠버릇이 있다.  그런 탓에 까망이가 나와 자는 것이 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도 까망이 덕분에 안정감을 느꼈다. 잠을 자다가 간간이 느껴지는 고양이의 따뜻함은 집사라면 다 아는 행복이다. 한밤중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는 까망이가 깰까 조심하며 나름 소리 없이 움직여 보지만 까망이는 어김없이 따라 나와 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나를 따라 들어왔다.




까망이의 몸무게 줄었다는 생각이 들 즈음 까망이는 유독 입맛이 없었지만 놀이를 할 때는 건강한 것 같았다. 왜 일찍 눈치채지 못했을까... 집 거실에는 손 닦는 세면대가 따로 있었는데 까망이는 자꾸 그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목욕을 시킬 때도 물을 그닥 싫어하지 않는 까망이라 무더위에 차가운 곳을 찾나 싶었을 뿐 별다른 의심이 들지 않았다. 며칠 기운이 떨어지는 것 같아 딸아이에게 까망이와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는데 전화가 왔다. 사실 어떤 통화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울먹이던 딸의 목소리... "엄마... 흑흑... 급성신부전증이래...."

나는 벌써 정신이 아득했다. 생전 안 하던 장난을 이렇게 하나 싶었는데 울음 섞인 딸의 목소리도 흔들렸고 "한 달이래... 까망이가 죽는대...." 뭐 그런 내용이었다. '치료받으면 되지 왜 죽는다는 거지? 그게 불치병인가? 근데 한 달은 또 뭐지?'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갔다.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6)


어느 날부터 이 녀석 까망이의 행동이 수상쩍다. 나보다 어린 녀석이 잠도 많아지고 움직임이 꿈떠졌다. 아픈 것이 분명했다. 좀 앓고 나면 괜찮아지려니 생각한 것인지 녀석이 따라다니지 않으니 덜 귀찮아져서 모른 척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엄마에게 말을 해줘야 했나? 그렇다면 어떻게? 나는 고양이다. 사람의 말을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 역시 기분이 안 좋을 땐 혼자 있고 싶고 몸이 아플 땐 쉬고 싶을 뿐이다. 녀석도 그러려니 했을 뿐 내가 그리 몰인정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녀석은 케이지에 담겨 병원에 갔다. 돌아왔을 때 녀석은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였고 집안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이제 녀석은 물도 잘 마시지 않고 손등엔 붕대를 감고 뭔가에 취해있었다. 병원에서 나는 소독 냄새가 났다. 나는 일부러 녀석 주변을 얼쩡거렸지만 녀석은 나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얼마나 아픈 거니?....



나는 급격히 기운이 떨어졌고 입맛도 없었다. 왜 이런 거지? 나는 때때로 아팠지만 때때로는 괜찮았다. 잠을 자거나 놀이를 할 때면 잊었고 엄마가 내게 부쩍 마음을 쓰고 있어 곧 나을 것만 같았다. 나는 고양이다. 나아지지 않았지만 낫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모르는 고양이다. 엄마는 차가운 곳을 찾는 나를 위해 펫 쿨냄비도 샀지만 내가 아픈 것은 모르는 눈치다. 엄마에게 아프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엄마도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 입맛이 없는 나를 위해 새로운 간식을 주곤 했지만 내 병이 낫는 약은 아니다. 며칠 유난히 기운이 떨어지자 나는 병원에 가야 했다. 어려운 말들이 오갔고 뒤늦게 온 엄마는 눈물을 쏟는다. 나 얼마나 아픈 거지?....




매거진의 이전글 5. 샤를롯트 드 샤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