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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소리 Sep 09. 2024

[100-1] 속박은 자유를

백일백장 사명서

책강의 백일백장을 안 해보려고 애썼다. 참여하지 않고 혼자서도 100일을 써볼 생각에서였다. 그건 나의 의지력에 대한 도전이고, 시험이기도 했다. 그 후, 두 달간 겨우 두 편의 글을 출산했다. 그렇게 나는 백일백장에 제 발로 기어들어왔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오랜 시간 피해 다녔다. 많은 책에서 많은 작가들이 인용했기 때문에 다 안다고 생각해서였다. 읽지 않고 끝까지 버텨보려던 생각은 끝끝내 읽는 것으로 백기를 꺼냈다. 그리고, 첫 챕터부터 반복되어 머릿속을 사로잡는 전체주의 슬로건을 발견한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속박

무지는 힘


상반되는 개념이 묶인 단어 묶음이 흔들어 놓은 머릿속을 찬찬히 매만졌다. 바로 보기도, 뒤집어 보기도 하며 뜻을 음미했다. 그리고 한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자유는 속박. 속박은 자유.



속박은 자유


혼자 내가, 내가 혼자, 100일간 100장은 쓴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글쓰기는 당신 인생에 몇 번째 순위에 있나요? 

뼈 때리는 자문으로 백일백장을 시작한다. 이건 내가 자유로 선택한 속박이자, 속박으로 얻는 자유이다. 속박의 시간 안에서 넘치는 문장의 파도가 나를 자유케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 손 두 발 내어주며 온몸으로 속박을 환영하는 이유다. 


연약한 나무 한 그루는 한 무리의 동무를 만나 그 단단하고 든든한 느낌에 안심한다. 뒤를 보면 그들이 있고 앞을 보아도 그들이 있을 것이다. 끌려가듯, 흘러가듯, 고요히 나를 맡긴다. 꼭 잡은 손은 더욱 견고해져 밀어주고 끌어준다. 글 세상 안에서 글로 먹고 먹이는 생태 고리가 나와 당신을 꽁꽁 속박하길 빌어본다.


쓰고 싶은 것만 썼고, 담아두고 꺼내지 못한 말이 수두룩하다. 100장을 쓰는 동안 언젠가는 자연스레 다 꺼내 보일 터. 흐름 안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고 독자에게 응원이 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인생을 다 살기 전에 한 번쯤 되돌아보며 재정비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순식간에 지나치는 일분과 일초의 시간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것은 눈앞의 현실일 수도, 눈부신 미래일 수도, 눈물의 과거일 수도 있다. 다 쏟아낸 그때, 당장의 고민과 시련이 별게 아님을 내가 알고 네가 알 것이다. 

책도 인연이고 글도 인연이다. 기다리는 모든 인연을 만나는 꿈이 하루 가까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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