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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뾰족달 May 28. 2023

아버지의 이상한 습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어릴 적 나의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현관에 들어서며

쓰러지는 습관이 있었다.

우리 삼 남매는 (하나도 안) 위급해 보이는 아버지를

소중하게 안고서

낑낑대며 안방까지 옮겨 드려야 했다.



어린 걸음으로 안방까지 거리는 제법 먼 거리였는데

그 먼 길을

나는 머리를 언니는 다리를

동생은 팔을 잡고서 끌어야 했다.

아버지는 기괴한 몸짓으로 끌려가셨다.

     그럼에도 표정은 행복했다.     

집까지는 어떻게 오셨을까?

구두는 어떻게 가지런히 벗어 놓으셨을까?

의심이 들 즈음에

낑낑대는 우리의 절박한 움직임 사이로

아버지의 웃음을 보았다.

!!!

                 옆에서 응원하던 엄마와 눈빛교환도 보았다.            


    

하지만 우리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빠가 신발을 가지런히 벗은 후

안전하게 누운 것이라는 것을..

아빠는 그렇게 어린 자식들의 손에 끌려

이동되는 것을 좋아하셨다.

술 한 잔 하실 때부터 이미 기대하셨는지도.

 아빠가 늦는 날이면 아예 요를 깔아 놓고

맛있는 간식을 기다리던 기억도 난다.



웃음이 많던 때였다.

그 시절 부모님은 자식들의 허물을 눈감아주셨고

우리는 부모님의 장난을 눈감아주었다.

사 오신 통닭구이를 맛있게 먹었더니

매번 통닭만 사 오시던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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