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과 신혼남의 상견례

소신(소소한 신혼생활)이 있는 이야기 #2

by Daniel

나는 결혼 1년 차에 유부남이다.

결혼하기 전에 내가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고는

라면 끓이기 정도...?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요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아내와 집안일에 대한 업무분장(?)을 하면서

청소는 정말인지 과업으로 삼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대뜸 와이프에게 큰소리쳤다.


" 요리는 내가 할게. 잘할 수 있어. 해본 적은 없지만."


남자는 거울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하는 생물이라 그런지

아는 건 없어도 그 순간 자신감만은 넘쳤다.

물론 이성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자

나의 근자감은 마음의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도 뱉은 말이 있으니 지켜야 할 것 아닌가.

그 날부터 인터넷에서 레시피도 찾아보고,

유튜브에 "백OO의 요리비책"도 틈틈이 챙겨보고,

"만개의 레OO" 에서 레시피를 스크랩하는 습관도 생겼다.

생각해보면 결혼 전만 해도 음식이란 디즈니 만화처럼 엄마가 요술봉을 휘저으면 차려지는 줄 아는 수준이었기에

나에게는 이마저도 장족의 발전이라면 발전이었다.


'그래 남자라면.. 잔잔한 음식보다는 뭔가 보여줄 필살기가 있어야지.'


이미 마음만은 요섹남이었기에

기본 음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자고로 사람이 기본부터 쌓아야 하거늘,

열정만 넘치던 나의 첫 요리 선택은 "갈비찜"이었다.


나는 갈비찜이 좋았다.

명절에 제사음식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

배와 양파즙이 소고기에 듬뿍 스며들어

고기를 야들야들하기 해주고,

고소하게 살짝 더해진 참기름의 향은 입맛을 돋운다.


'그래 이거라면 나의 필살기가 될 수 있지 않겠어? 원래 잔칫상에는 갈비찜이 빠지지 않잖아.'


그렇게 나의 첫 음식은 갈비찜으로 정했다.

그 후로 얼마나 많은 손이 가는 줄 알았으면

아마 다른 걸로 정했을 것 같다.


갈비찜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숙성될수록 맛있기에 하루 전부터 준비해 놓아야 한다.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처음 준비하면서 하루 전에 고기를 재워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엄마의 요술봉을 휘두르려면

하루 전부터 준비운동이 필요한 것일 줄이야.


우선, 고기부터 잘 골라야 한다.

정육점에서 소고기 갈비찜용 고기를 사야 한다.

그런데 정육점에서 kg으로 단위를 말하니 조금 난감해한다. 정육점 사장님은 냉동고에서 몸통만 한 고기를 꺼내 보여주시면서 갈빗대 개수로 단위를 정해달라 하신다.

사장님이 갈빗대 한 대를 썰어 주시니 1.8kg 정도 되었다. 근데 뼈 무게가 꽤 되기 때문에 고기를 많이 먹고 싶다면 사태를 같이 사야 한단다 (엄마 말씀).

그렇게 사태도 한 덩이 사고 보니 어엿 10만 원을 썼다.

와. 갈비찜이 이렇게 비싼 음식인가?

첫 음식 재료비 결재부터 10만 원은

조금 손이 떨리는 액수였다.


다음은 고기에 핏기를 빼서 양념에 하루 재워 두어야 한다. 핏기를 빼는데 두 어 시간이 걸린다.

필수는 아니지만 물도 여러 번 갈아주면 좋다.

와. 음식을 하기 전에 물 떠놓고

산신령님께 기도라도 해야 하는 것만 같았다.

고기에 핏기를 빼본 적이 없었기에

잘되고 있는지를 확인해본답시고

10분에 한 번 꼴로 고깃덩이를 들여다보았다.

거금 10만 원을 투자한 녀석 아니던가.

여기에 양파와 배, 사과를 갈아 간장과 올리고당, 맛술, 굴소스, 설탕, 다진 마늘, 다진 생강, 후춧가루, 참기름을 적절히 섞어 살짝 데친 고기에 부어두어야 한다.

아. 음식 초보가 갈비찜을 하면

웬만한 양념장들은 다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요리 왕초보가 다짜고짜 양념장들부터 잔뜩 사와 한아름 식탁에 올려놓으면

와이프에게 등짝 스매시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마트 이곳저곳을 누비며 양념장들을 찾는 게

방탈출 게임에서 단서를 찾는 마냥 꽤나 재밌다.


하루 재워둔 고기는 솥에 채소들과 함께 넣고 1~2시간 찐다.

채소는 여러 가지를 넣어도 된다.

기호에 따라 버섯을 넣을 수도 있고,

감자, 밤, 대추, 고구마 등을 넣어도 된다.

무는 시원한 맛을 살려주므로 꼭 넣어야 한다.

당근도 비주얼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삶은 당근은 싫어한다. 편식이 심하다.)

파는 나중에 넣어줘야 흐물흐물함이 덜하다.


이렇게 오랜 작업을 거쳐 갈비찜이 완성된다.

그러나 나의 첫 갈비찜은 무참히 패배하였다.

준비과정에 지쳐버린 나는 고기를 찌는 과정에서

수분 조절에 실패하였고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그만 고기를 냄비째 태워버렸다.

그나마 타지 않은 고기를 건져보려 했으나,

이미 타버린 갈비찜에서는 쓴 맛 말고는 느낄 수가 없었다.

처참히 무너져버린 자존심은 둘째 치고,

그동안의 노력과 날아가버린 투자비용에 눈물이 핑 돌았다.


"오구 괜찮아. 열심히 노력했는데 다음에 다시 하면 되지. 안 다쳐서 다행이다. 괜찮아요 남편이."


축 쳐진 내 모습을 보며 아내가 나를 다독였다.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새삼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동안 어머님가 해주신 음식을

감사히 먹어본 적이 있던가?

한식은 손이 많이 간다고 들었다.

그리고 갈비찜은 직접 해보고 나니

정말 오랜 시간의 손길을 필요로 함이 피부로 와 닿았다. 뭐든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왜 나는 지난날 음식 투정을 하면서

요리한 사람의 마음은 헤아려주지 못했을까.

비록 첫 요리는 실패했지만

요리는 소통의 새로운 창을 열어주었다.


아. 물론 지금은 갈비찜을 잘한다. 자신감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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