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14)
쉽지 않아(feat.벌써 1년)
1월 달의 달력도 이제 3주가 채 남지 않았다, 며칠이 더 지나면 드디어 아내와의 별거생활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이혼을 마무리 지은 것도 아닌데 시간은 흘러 흘러 모든 상황이 무던해져 버리는 거 같지만, 여전히 종종 아내와의 기억이 툭툭 튀어나온다.
한 번은 주변에 다른 이혼한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후유증이 얼마나 가요?"
"사람마다 다르지 같겠냐? 그냥 나 같은 경우는 이혼 끝나고 2년 정도 갔어."
좋게 끝나던 나쁘게 끝나던 1~2년은 간다는 게 대부분이 하는 말이었다,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쪽이라면 가끔 아이에게서 보이는 다른 반쪽의 모습 때문에 좀 더 오래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전히 이혼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부모님과는 다르게 나는 이제 와서야 다시 합치는 것도 우습지 않냐는 이야기를 했다, 상담소에서는 이런 식으로 다시 합치는 부부도 있다고들 말을 하시는데 아마 극 소수이니까 더 기억에 남아 말씀을 하시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뢰를 쌓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무촌이라는 부부 사이에선 더욱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같이 살을 부딪히고 나의 반쪽이 죽을 때 까진 같이 살아야 하는데 잦은 거짓말과 배려심 없는 행동들은 굳이 같이 살아야 할 이유를 없게 만든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 이유는 누구 한 명의 일방적인 문제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는 종종 과거로 돌아가서 시작점을 찾으려고 한다 이 문제는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가 이제 와서 이런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지만 강박적인 생각들은 꿈속에서 마저도 튀어나와 되려 나에게 답을 묻는다 누가 잘못을 했는가, 누가 이 싸움을 일으켰는가
아내는 여전히 아무 연락이 없다, 아이를 찾지도 보러 오지도 않는다, 양육비는 정해진 날에 들어오지 않고 매번 하루 이틀씩 늦는다 아이 핸드폰을 만들어줬고 핸드폰 번호를 보내줬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 종종 아이가 엄마와 아빠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엄마의 빈자리는 있을 수밖에 없고 나는 그 자리를 채워주기보단 안 보이게 해주는 정도밖에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참 어려운 일이다
"공주님 얼른 밥 먹게 수저 젓가락 놔요."
"네~."
저녁을 차리면서 아이의 눈은 티브이 속으로 쏙 들어가 있고 손에 들려있는 수저와 젓가락은 식탁 위로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게 아이다운 모습이지 하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 손에서 수저 젓가락을 뺏고 앉아서 보게 해 주고 천천히 저녁을 준비한다 광고가 시작되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와
'아빠 도와줄 거 있어요?'
라며 기웃거리는 게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가서 티브이 봐요 밥 먹고 나면 오늘 공부도 해야 하는 거 잊지 말고."
궁둥이를 톡톡 밀어 티브이 앞으로 보내고 나는 남은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벌써 일 년이다 처음부터 쉬울 거라고 생각조차 안 했었고, 각오를 하고 했었음에도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 다음은 지속성이다, 이렇게 일 년 동안 해왔던 것들을 앞으로 평생 아이가 성인이 되고 결혼까지 해서 내 품에서 벗어날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힘들어도 내가 선택했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해나갈 것이다
가끔 온라인상에서 일부 사람들이 이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에게 좋은 양육자 코스프레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혼을 했음에도 너무 자주 모임에 나가 아이를 방치하고 책임감 없는 일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겠지만 한편으론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 였다 나는 과연 좋은 양육자 인가? 좋은 아빠이고 좋은 남편이었었는가?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