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여자친구였을 무렵 시작했던 회사생활은 참 험난했다. 글을 처음부터 읽으셨던 분은 아시겠지만 연애시절 시골로 내려가려는 아내를 잡으려고 월세방을 구해주고 그때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어 지금까지 쭉 작년에 잠깐 실직하였을 때를 제외하면 거의 10년을 넘게 회사생활을 했다 남들처럼 평생직장을 다닌 것이 아니라 회사가 파산하거나 직장 내부의 문제 개인적인 사정 등 몇 번의 이직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몇 년씩 다니면서 그래도 다음에는 좀 오래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중소기업 특성상 장기근속 확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직률도 높다 보니 자격증 공부들도 많이 했고 가끔 아내와 돈과 관련된 다툼이 있을 때면 내가 능력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싶은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좋은 회사에 다닐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고 같이 해준다는 말에 굳이 여기서 더 고생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찌 보면 나도 아내가 일을 같이 해주겠단 말에 기대를 많이 했나 보다
세상에 배우자에게 기대하지 않는 게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애초에 서로 의지하려고 한 결혼이 저게 가능한 걸까라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내가 기대한 만큼 받길 원한다 애초에 기대가 없다면 실망도 없다 하지만 그건 나와 접점이 없는 남의 이야기 일 것 같다
하루에 수 시간을 붙어있고 밥 먹고 얼굴을 맞대고 같이 웃고 울고를 반복하는 사람인데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당신인데 나는 당신을 웃게 해 주려고 아등바등 사는데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면 서운하지 않을까? 하겠다는 말이 반복되지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아직도 철없던 여고생 시절처럼 꺄르륵거리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줄 아는 힘들면 엄마를 찾고 본인 스스로 해보려고 하지 않는 물론 이건 아내 말도 들어봐야 하는 나만의 생각이지만 그간 나는 이렇게 느꼈었다
기대하지 않는 법이라 참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어떻게 보면 아직도 애 인가보다 굳이 내가 한만큼 받고 싶고 공평하길 바라고 아내는 그런 게 싫었던 걸까? 사랑한다면 좋아한다면 자기가 그렇게 하더라도 내가 그냥 허허허 웃고 안아주길 바랐던 걸까?
아침부터 쿠키를 굽고있던 아빠...
아침 일찍 쿠키믹스 반죽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여전히 답은 안 나오지만 내가 이런 상황을 잘 넘길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공주님이 잠에서 깨서 밖으로 나와 안긴다
"아빠 뭐해요? 아침부터?"
"우리 그때 쿠키 믹스 산거, 아직도 안 만들어서 아침에 쿠키 좀 구으려고요, 쉬는 날인데 더 자지 벌써 일어났어요?"
"옆에 아빠 안 보여서 놀라서 일어났어요."
반죽을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숙성시키려고 넣어두고 타이머를 30분을 맞춘다 아이를 안아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같이 누워 토닥토닥 다시 재운다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이 모든 게 언제쯤이면 좀 편안해지고 의식하지 않게 될까? 그런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