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18)
학교에 가봤어요
앞선 화에서 밝혔다시피 우리 집은 산 아래에 있어서 뭔가를 하려면 좀 많이 밖으로 나와야 한다, 아이 학교도 배정을 받았고 내 출근시간 보다 아이의 학교 가는 시간이 더 늦다 보니 학교 가는 길이 익숙해져야 겠다 싶어서 매주 한번씩 아이 손을 잡고 학교까지 걸어가 보고 있다 내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아침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출근하면 되겠지만, 조그만 회사에서 내 출근시간까지 배려해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밥을 차려먹고 단단히 중무장을 한다, 갑자기 명절 후로 날씨가 급 추워지는 통에 아이가 코를 또 훌쩍이기 시작한다 밥을 먹이고 따듯한 물과 함께 약도 먹고 손난로도 한팩 뜯어 손에 쥐어주고 학교로 출발한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경비아저씨를 보고 꾸벅 인사를 한다 경비 아저씨도 하던 청소를 멈추시고 아이에게 인사를 하신다 아파트 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간다 도로변에 차들이 주차를 해놔 시야가 방해가 돼서 조금 걱정이지만 아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좌우를 살피고 손을 들고 천천히 건넌다
"아빠 다음은 어느 쪽이에요?"
"전에 치킨 먹으러 간 쪽으로 가면 돼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알겠다는 듯 앞장서서 걷는다 천천히 가라고 이야기를 한 번 해줘도 신이 났는지 쪼르르 앞서 가버린다 덩달아 나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시계에서 이동 거리가 체크가 된다 집에서 첫 횡단보도 까지가 200미터쯤 된다 방향을 틀어서 쭉 육교가 있는 곳까지 걸어오니 500미터 정도가 찍혀있다
"아빠 아직도 멀었어요?"
"이제 여기 육교만 건너면 돼요."
육교에 올라가니 아직 학교로 들어가는 문은 막혀있다
"아직 개학을 안 해서 문이 막혀있나 봐요."
"개학하면 여기 문 열어 줄 테니까 여기로 다니면 되고 오늘은 학교 안도 구경 해보게 정문으로 들어가 봅시다."
학교에 도착하니 1.0km 정도가 찍혀있다 육교 위에 있는 학교 출입구로 들어가면 800미터 정도 될 듯하다 아이가 걸어 다니기에는 멀다면 먼 애매한 거리이다 아직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잘 모르고 그럴 텐데 혼자 가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좀 든다 나 어린 시절에도 아이들끼리 등교 하교 할 때 우르르 몰려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우리 아이는 어떤 학교 생활을 하게 될까?
정문으로 들어와 보니 개학을 앞두고 보수 공사를 하는지 공사 자재들이 많이 보인다, 설마 개학할 때까지 이 상태는 아니겠지? 넓은 운동장과 학교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아이랑 학교를 살살 돌아보고 물어본다
"어때요? 공주님 여기서 이제 학교 다닐 텐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니면 이제 숙제도 있고 할 텐데, 집에 오면 숙제도 잘하고 그래야 해요, 숙제는 약속이기도 하고 공주님 공부 실력을 위해서도 잊지 말고 해야 해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놀기도 잘 놀고요."
"네."
한 20여분을 학교 안을 돌아다닌다, 얼마전 어머니가 아이 책가방이라도 사주라고 돈을 주셨다, 나는 이번 명절에 회사에서 받은 과일세트와, 거래처에서 고맙다고 준 소금 선물세트가 다였는데 안 받으려고 하니
"엄마가 사주기로 약속했잖아 받아."
라고 하시는 바람에 받아왔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빚지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지만 결국 나도 누군가의 도움과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삶이 참 팍팍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사히 받고 나중에 성공하면 갚아드려야지 하면서도, 과연 내가 여기서 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가능할까? 현실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온다 이번에는 아이가 집까지 가보게 아빠는 손만 잡고 아이가 가자는 데로 움직인다 아직은 헷갈리나 보다 다음 주에도 아이 손을 잡고 학교까지 산책을 나와야겠다 옆에서 내가 지켜주려고 노력하겠지만, 내가 도와주는 것보다 스스로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좀 더 발전적일 테니 나는 항상 아이 옆에서 지켜보다 언제든 달려 나갈 수 있는 아빠가 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