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17)

명절(feat.소화불량)

by 시우

명절 본가에서 지내느라 업데이트가 좀 늦습니다 다음 업데이트는 25-26일 사이에 될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본가로 아이와 함께 갔다, 집에서는 30여분 밖에 안 걸리는 위치에 있지만 나는 본가에 가는 게 종종 힘이 들 때가 있다, 술 한잔씩 하시고 하시는 아버지의 말은 나를 위한다고 하시지만 참 모순적인 부분이 많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글을 써보고 싶어 혼자 습작하던 때에 단지 다른 책들보다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는다는 이유로 글 쓰는 걸 반대하셨던 아버지가 취직을 하려면 공대에 가야 한다며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꺾어버렸던 아버지가 이제 와서는 공대생들도 인문학적 소양을 가져야 한다는 둥 그런 소리를 한마디씩 하실 때마다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 마디씩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을 때가 많다


우리 집 공주와 내가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내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밥을 먹고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아이를 보며 네가 평상시에 저러고 있으니 애가 따라 한다며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며 그럼 나는 아버지의 뭘 봤길래 이렇게 컸냐고 말이라도 한번 해볼걸 또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아마 말을 했어도 그때랑 지금이랑 같냐는 소릴 하시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건 아버지도 할머니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고, 나 역시도 아버지 말을 듣지 않을 거란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아버지에게 뭔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걸 개똥철학이라는 말로 폄하를 하셨던 적이 있다 지금에 와서야 그게 무슨 이야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아마 그때부터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옳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살아오면서 부모님들은 어른들이 틀린 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주셨지만 나는 그것 보단 나를 설득해 주기를 바랐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라던지, 내가 왜 글을 쓰면 안 되었는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아버지 말대로라면 이과를 준비하면서 책도 많이 읽었고 글도 써보던 나는 인문학적 소양이 있던 이과생이 아니었을까?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기준을 왜 아버지 본인이 정하여 나에게 적용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눈에 나는 아직도 내 앞가림 못하는 철부지 아들인가 보다 아버지보다 토익점수가 높고,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있고,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더 잘하는 나는 아버지 세대와 비교했을 때에 훨씬 오버 스펙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다





명절이 불편해져 버린다, 이혼을 하고 있는 장남이라는 타이틀도 어정쩡한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쥐꼬리 만한 월급에 봉투 한 장씩 못 쥐어드리고 회사에서 받은 선물들로 그걸 대신해야 하는 내 마음이 너무 무거워져 버린다 저녁을 먹고 동생들과 아버지 무리에 섞이지 못한 채 아이와 같이 식탁에 남아 앉아 하염없이 시간이 그냥 흘러가길 바란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야지, 나는 지금 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나름대론 잘 살고 있다 를 되뇌며 그 시간을 참고 버틴다 인터뷰를 하고 받은 돈으로 동생들에게 치킨을 시켜주고 나는 더는 넘어가지 않는 음식 앞에서 수저를 놓는다


부엌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할 일 없냐고 서성이다가 부엌 정리 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명절이 언제부터 이렇게 별로가 되어 버렸을까? 공주님이 다가와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는 나를 앉히고 무릎 위에 올라앉아 태블릿을 본다 할아버지가 이리 와보라고 부르는데 대답만 하고 계속 내 무릎 위에 앉아있는다 어머니는


'취했소 그만 좀 부르시오 아빠랑 있는데.'


어머니의 말림에 아버지도 더 아이를 부르지는 않는다 너에게는 명절이 무슨 의미일까? 아이를 바닥에 내려 앉히고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맑고 투명한 눈동자 속에 푹 빠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시선을 느낀 아이가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씩 웃으면서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하며 손을 잡는다


'이쁜 내 시키.'


하면서 아이를 안자 어머니가 팔불출 같은 소리 그만하고 얼른 와서 치킨이나 먹으라고 하신다


'네네.'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시 무리에 껴서 치킨 한 조각과 음료수를 마신다


명절 밤이 깊어간다, 시끌 벅적한 분위기 속에 나만은 자꾸 가라 앉는 기분이다 그냥 독한 감기약 때문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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