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16)
유치원이 사라진다
퇴근길에 아이를 태권도 학원에서 픽업하고 맞은편에 있는 아이의 유치원을 보니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지난 몇 주간 계속 켜진 불빛이 아직도 유치원에 남아있는 아이가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대부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아이가 우리 집 공주님이었고 지금은 태권도 학원에 가면서 아이도 남아있지 않을 텐데?라는 의문만 가득했었다
그런 의문 속에서 유치원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원장님이시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하니 깜짝 놀라 하는 원장님
"어머 OO이 아버님 OO이랑 이제 집에 들어가세요?"
"네 태권도 학원이제 끝나서 데리고 집에 가려고요 아이들 남아있었나요? 왜 이렇게 늦게 가세요?"
"일이 바빠서 그러지요."
원장님은 말끝을 좀 흐리더니 이야기를 하신다
"사실 유치원 2월에 문을 닫게 되었어요."
"아..."
원장님이 조금 울먹하시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이었을까?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도 원아가 부족해 사라지고 원장님께서 전화로 펑펑 우셨었는데, 이곳도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기 그지없다, 근처에 다른 유치원이 없어서 이제부터 이 아파트 단지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차를 타고 조금 멀리 있는 유치원을 다니게 될 것이다
"어떻게는 유지해 보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없네요."
"그래도 좀 갑작스럽긴 하네요, 저희 OO이야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그렇지만 어린 친구들은 또 유치원을 옮겨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다른 유치원이랑 연계돼서 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많이 줄었다던데 유치원도 그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었나 봐요."
"그렇죠 뭐."
원장님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많은 시간을 유치원과 함께 보내셨을 텐데, 아이가 차에서 내려와 나를 부르다가 원장선생님을 보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 OO이도 안녕하세요, 태권도 학원 잘 다녀왔어?"
"네 태권도 재미있어요."
태권도 학원에서 잇었던 일을 조잘조잘거리자 원장님은 또 그걸 웃으며 들어주신다 돈을 벌기 위해 유치원을 시작하셨겠지만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시작하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이곳에 이사 와서 1년 정도를 잘 보냈었고 아이도 잘 챙겨주셨는데 너무 아쉽다
그 자리에 언제나 있을 것 같던 것들이 사라진다, 아파트 단지 안에 항상 조그맣게 있었던 유치원들도 어린이들로 바글바글 할 것 같았던 초등학교들도 사라지고 있다
"아버님 얼른 들어가셔서 아이랑 식사하세요 저도 얼른 들어가 봐야겠어요."
원장님이 인사를 하고 차를 타고 가신다 나도 아이를 보조석에 태우고 벨트를 다시 채워준다
"공주님 이제 나중에 크면 공주님 다녔던 유치원 이름을 말할 수가 없겠어요. 아빠 다니던 유치원도 아직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크다 보면 어느 순간 모교가 없어질 것이다 모교가 뭐가 중요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보니 종종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골 학교들 이야기 일 줄 알았던 것이 이제는 도시까지 넘어 들어왔다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간다 그게 너무 아쉬워진다 나는 힘들더라도 아이의 추억만큼은 지켜주고 싶은데 세상이 너무 급박하게 변해간다 나조차도 따라가기 어려운데 아이의 기억 속에 이곳은 어떻게 기억될까? 행복한 기억이 많았던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여기서 지내는 동안 많이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