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23)

평범하게 사는 게 뭐야?

by 시우

어렸을 적에는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크고 난 뒤엔 참 어려웠던 일이구나 싶다, 적당히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한 곳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고 간간히 금요일에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평범한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침에 같이 출근하고 퇴근길에 만나 손잡고 돌아오며 시시콜콜 하루를 말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티브이에서 보이는 말도 안 되는 육아/관찰 예능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현실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것 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1+1이 =3이 될 수 있는 건 가족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1인분은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쩌면 1인분을 못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3명의 사람이 있었던 우리 가족은 어렵고 힘들었었나 보다


공무원끼리 결혼한 친구 A는 일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간다, 우리 가족은 지금 것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부럽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우리도 모아서 가보자 했던 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공무원 월급이 생각보다 박봉이지만, (물론 친구는 수당이 많은 편이다) 저쪽은 맞벌이고 우리 집은 혼자 버니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했었다 아내의 자동차 운전자 보험과, 내 운전자 보험이 5년짜리 만기 환급형이라 환급받을 때 둘이 합쳐 400만 원이 넘게 들어오니 그때는 적금받는 샘 치고 꼭 가보자고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은 이제 못 지키게 되었다


아이가 티브이를 보면서 해외여행이 뭐냐고 물어본다, 티브이 속 여행 프로그램에 오로라가 보이는 하늘과 함께 사람들의 인터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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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라고 하는 건대, 극지방 근처에 가면 볼 수 있는 거예요 색이 예쁘죠?"


"저기가 남극이에요?"


"남극은 아닌 거 같아요 남극 아니어도 근처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해요, 나중에 한번 꼭 보러 갈까요?"


"네!"


티브이 속에 젊은 남녀는 나보다 나이도 어린 거 같은데 무슨 돈으로 저기까지 갈 수 있었을까 싶다, 아이슬란드나 캐나다행 저렴한 비행기표 숙박료만 인터넷으로 계산해 보니 1인당 3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아파트 대출금이 아직 남아있는 나에게는 여행보단 이 대출금을 정리하는 게 더 현명한 생각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이의 시야를 좀 더 넓혀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는 대학시절 때에 아버지 도움으로 일본에 3박 4일 다녀왔던 게 내 인생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 뒤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아이에게도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여기 밖 세상을 한 번쯤 보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연례행사 같은 해외여행이 누군가에게는 사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꿈도 못 꿀 무엇인가가 되는 현실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지 알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가 꿈꾸는 평범한 삶 역시 너무 상향 평준화 시켜서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무난하고 평탄한 삶은 참 어렵다, 어느 누군가는 그렇기만 한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하기도 했고, 지금 안 좋더라도 계속 안 좋기만 하겠냐고 이러다 또 좋은 날도 있겠지란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삶이 별 굴곡 없이 무난했으면 좋겠다


이제 열심히 살아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래야 같이 오로라도 보러 가자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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