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39)

전래동화(feat.손톱 먹은 쥐)

by 시우

어느 날 초저녁 저녁밥을 먹고 거실에 앉아 손톱을 깎는다, 제법 낮이 길어져서 아직도 베란다 밖은 환한 편이다 옆에서 만화영화를 보고 있던 공주님이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 듯한 표정이 귀여워서 풉 하고 웃고 만다



"공주님,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셔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십니까?"


"그게요 아빠 제가 학교에서 들었는데요..."



공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학교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마트에 가서 신난 공주님



때는 바야흐로 옛날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어떤 마을에 말 안 듣는 아이가 살았대요! 그런데 엄마랑 아빠가 저녁에 손톱을 깎지 말고 깎더라도 휴지에(?) 넣어서 버리라고 했는데



"저.. 잠깐만요 옛날에 휴지가 있었어요??"


"옛날에도 휴지가 있었지요 그럼 어떻게 화장실에서 응가하고 닦았겠어요?"


"아.. 그런가?"



뭔가 이상했지만 넘어가 본다, 아이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런데 말 안 듣는 아들은 손톱을 깎아서 그냥 마당에 휙 하고 던져 버렸대요 그리고 그 손톱을 쥐가 먹은 거예요



"그래서요?? 먹었어요."


"그래서 쥐가 아들로 변해서 진짜 아들을 쫓아내고 그 집에서 살았데요."



요즘은.. 진짜 그래도... DNA 검사도 있고 티브이에서 나와서 난리가 날 텐데,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꾹 삼키고 아이의 이야기에 박수를 쳐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기를 아빠한테 해주는 이유가 뭘까요?"


"지금 밤인데 아빠가 손톱 깎잖아요 휴지에 잘 싸서 버리시라고요."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공주를 보면서 씩 웃는다



"그럼.. 지금 공주 눈앞에 있는 아빠는 진짜 아빠일까? 아니면 쥐 일까?"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공주가 멀찌감치 떨어진다



"아빠 맞아요?"


"아빠 맞지!!"



그제야 슬금슬금 다가와서 엉덩이 쪽을 바라본다 혹여 쥐꼬리라도 보일까 봐 그런 걸까? 그 모습이 귀여워 얼른 낚아채 안아준다



"공주님도 손톱 깎고 잘 정리해서 버려야 해요 알았죠? 공주님이 쥐랑 바뀌어도 아빠는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아빠는 눈치가 빠르니까 꼭 찾을게요."


"네."


아이를 놓아주고 깎던 손톱을 잘 정리해 휴지통에 넣는다 그 옆을 쭐래쭐래 따라와서 잘 살펴보는 공주님 전래동화처럼, 쥐가 사람으로 변하는 세상이라도 아마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겨우겨우 버티는 삶이라면 다시 쥐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날이 따듯해졌다 봄은 잠깐 스치듯 지나가고 금방 여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커가는 속도를 내 마음이 쫓아가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다, 항상 아이일 것만 같은데 언젠가는 아빠의 울타리가 아닌 울타리 밖 너머에서 살아가겠지 나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인 세상살이인데 그래도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알려줘야 하는 현실에서 항상 웃어주는 너에게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아빠가 진짜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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