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41)

공주님의 생일(2)

by 시우





내가 아이들의 에너지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을 깊이 인정하는 바이다, 공주님의 생일 파티 시작 30분 전까지는 애들 뭐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도착하고 나서 30분 만에 나는 두 손을 다 들었다. 각양각색의 아이들의 질문들과 파티 진행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제멋대로 흘러갔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부르기까지 30여분이 걸렸다 스파게티를 접시에 나눠 주고 수프를 떠주고 공주님들 다섯 명을 케어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아이의 등교 메이트 어머님이 아이를 데려다주고 가실 때 아련한 눈빛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가셨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케이크 사진은 왜 찍는거야?? ㅋㅋ



친구 집에는 처음이라 신기했던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수다를 떤다 자기 집에 없는 장난감 이야기도 하고, 햄스터도 구경하고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깔깔 거리며 웃는다, 그 에너지를 좁은 곳에서 쓰게 하긴 힘들어 보여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의 키즈 카페로 간다


어머니들께 전화를 돌리고 집 근처에 키즈카페로 출발한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든든하게 내 주위를 둘러쌓아주는 게 한편으론 웃기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양말과 겉옷들을 벗어던지고 놀러 뛰어 나가고 나는 옷가지들을 챙겨 자리를 맡는다 음료수 한잔을 시켜 마시며 아이들을 지켜본다


초등학생이 되어서 키즈카페를 못옷줄 알았다던 공주님들은 자기들 손을 잡고 깔깔 대며 놀러 사라진다, 아이들이 입이 심심할까 봐 간식 몇 개를 주문시켜 놓고 오면 먹여서 다시 내보낸다 다시 한번 아이들의 체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공주님은 한 살을 더 먹고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학교 생활도 잘하고 있다, 친구들도 아이들 숫자에 비해 많은 것 같고 또 노는 것을 보니 다행이다 싶다, 며칠 전 학교 선생님과의 전화 상담일에 선생님이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학기 초에 입원해서 학교 생활이 좀 늦어져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아이들도 그렇고 공주도 잘 적응해서 지내고 있다고, 그리고 또 아이가 학교에서 키도 크고 그래서인지 인기도 많다는 말에 좀 안심이 되었다





아빠가 키우는 딸은 엄마들이 키우는 딸과는 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눈치 빠르게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해주는 말들이 자기가 미워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도 안다고(?)


선생님도 걱정 많이 하지 말라고 하신다, 부부가 같이 살아도 힘든 곳도 많고 아이 혼자 키우시는 분들이 아버님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지금처럼만 아이에게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하신다


땀을 뻘뻘 흘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무엇이 저렇게 재밌고 행복한 걸까? 나도 조그만 것에 행복해했던 시간들이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공주님들의 어머니들은 오늘 좀 편하셨기를 바라면서 나도 오늘은 좀 일찍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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