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43)
저 아직 이혼 안 했습니다
가끔 가다가 브런치 제안 메일로 티브이 프로그램 출연자를 모집한다는 메일들이 들어온다, 제목이 싱글대디라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아직 소송 중이라고 적어뒀던 거 같은데 아직 이혼도 안 한 사람일뿐더러 글을 그동안 읽어 오셨던 분이라면 내가 그런 프로그램에 어떤 생각인지 아실 거 같은데도 그러시는 걸 보면 급하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이 사람 저 사람 찔러보시는 건지 알 방법이 없다
오늘도 제안 메일에 거절 인사를 보낸다 3박 4일 합숙 촬영에 촬영비가 400만 원이 지급된다는데(?) 넉넉하지 않은 내 상황에 혹 했다가도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이깟 돈 몇 푼에 나를 팔지는 말자."
거절 메일을 보내며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본다, 혹여 조금 세월이 지난 후에 아내와의 모든 것이 정리되고 아이와 살아가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면 그때는 진짜 한번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가 여러 가지 상황을 돌볼 여력이 되지 않는다
다음 주면 이제 5차 기일이다 아내가 제출한 재산 명시서에는 그동안 내가 들어줬던 적금을 깨 벌써 절반 이상 사용하고 남은 액수만 적어두었다, 차량은 자기 아버지 명의로 돌려서 자기 것이 아니라 주장을 했고 내가 낸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은 판사님이 모든 것들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 실 거라고 하니 기다려야지 어쩌겠는가
미세먼지가 많은 요즘 날마다 청소기를 돌리고 있다 환기를 시켜보려고 베란다 창문 앞까지 왔다가 뿌연 하늘을 보고는 문을 차마 열지 못하고 하나뿐인 공기 청소기가 안방 거실 아이방을 순회하며 공기 정화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디야 협찬 아닙니다 (내돈내산!) 좋아하는 캐릭터 입니다
아이랑 베란다에 앉아서 아이스티와 아이스까페라떼 한잔을 마신다 쿠키도 먹고 가만히 있던 공주가 묻는다
"아빠는 몇 살 때부터 학교에 혼자 갔어요??"
"흠 아빠는 입학식 때에 할아버지 안 왔어요 할머니, 아니 공주님한테 치면 증조할머니랑 갔었어요."
"병원에 계시는 할머니요?"
"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는 혼자 학교 갔었어요."
"저도 혼자 갈 수 있을까요?"
"지금 연습하고 있으니까 곧 할 수 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말아요."
공주 친구의 어머니가 감사하게도 아침에 항상 같이 등교를 해주 신다 몇몇 친구들은 혼자 간다고 하니 공주도 걱정인가 보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야기한다
"지금 못해도 언젠가는 할 수 있어요 대신에 공주님도 해보려고 노력을 해야 해요 지금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니까 그냥 그렇게 살다 보면 나중에 그 사람이 없으면 혼자 못하잖아요, 아빠가 지금 같이 이 닦으면서, 책보면서 알려주는 것들이 나중에 공주 혼자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니까, 대충 하지 말고 한 번 할 때에는 최선을 다해서 해봐요 그리고 안되면 도와달라고 꼭 말하고."
"네."
날이 더워지고 있다 조만간 냉장고 정리도 한번 해야겠다 아직도 집 안에 남아 잇는 아내의 흔적들이 조금씩 지워져 간다 현실 속의 흔적들이 다 지워진대도 기억 속에 그녀는 문득문득 튀어나올 것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걸 테니 기억하는 것에 대해 자책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