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44)
공주님과 피아노
공주님은 방과 후 활동에 제법 적응을 많이 한 것 같다 간간히 아이의 선생님께서 영상을 보내주신 것을 보면 올망졸망한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학교에선 공부와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집에 와서는 만화영화 시청에 불을 올리고 있는데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걱정도 된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학교에서 숙제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지만 점점 커 나갈수록 숙제도 생기고 노는 시간보단 공부해야 할 시간이 늘어날 텐데 그때가 되며 어떻게 될지 말이다
"공주님 어제 아빠가 사준 수학이랑 시계 공부 하는 거 같이 한 장씩 풀게 가져와볼래요?"
"네~"
저녁을 먹고 설거지하러 가기 전에 항상 아이의 문제집을 같이 한 장씩 푼다 국어도 하고 싶은데 국어까지 하면 아이가 질려할까 싶어 일단은 급한 시계, 달력 보는 방법과 한 자릿수 수학을 같이 푼다 유치원 다닐 때도 했던 것들이라 많이 어려워하진 않는데 변칙적인 문제가 나오면 당황해한다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같이 생각해 보자고 하고 스스로 눈치챌 때까지 돌려 돌려 말해주는데 이게 퍽이나 어렵다
"너무 어려워요."
"처음 해봐서 그런 거예요 한글 읽을 줄 아니까 한번 같이 곰곰이 생각해 볼까요?"
나도 할 일이 많은 날은 마음이 급해져 가끔 화도 낸다
"아니 공주님 이거 전에 했던 거잖아요 또 잊어 먹었어요?"
"기억이 안 나요, 까먹었어요."
잊어먹은 것에 대해 스스로 위축되어 눈물을 글썽인다 그 모습에 화가 났다가도 사그라들고 꼭 안아준다
"다시 설명해 줄게요 천천히, 잊어먹지 않게 기억 잘하고 이따 놀다가 한번 더 물어볼게요 알겠죠?"
"네."
설명을 찬찬히 다시 해주면 또 금방 이해한 듯 문제를 잘 해결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이게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수십 번 해보고 몸에 익어야 알게 된다는 것 하지만 아이에게 그 수십 번의 시간을 내가 강요한다 하여도 스스로 하는 것보단 습득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공부를 끝내고 친구와 문자로 이야기도 하고 노트북을 켜고 게임도 하는 모습을 보면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한 것은 얼마나 습득이 빠른지 박수가 나올 정도이다 그리고 가끔 과거의 나도 떠오른다 만약 그때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했던 것처럼 거기에 대해서 내가 계속해왔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버지가, 어머니가 나를 위해 한번 정도라도 기회를 줬었더라면? 같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공주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그 모든 것들을 해줄 만한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가끔 일을 잘하고 있는 이 와중에도 몸이 더 상하더라도, 내 시간을 더 써서라도 좀 더 벌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인생이란 게 참 균형 잡기가 힘들다, 내가 아이에게 쓰는 시간이 적은데 아이의 사랑을 받을 순 없고 아이와의 시간이 많으면 돈을 많이 벌기가 힘들고 삶이란 건 언제나 그 어느 지점에 있는 중간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걸 느낀다
한때 행복전도사라고 불리셨던 최윤희 씨의 자살 사건이 나에게는 많은 충격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려고 노력했던 사람도 그냥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었다 내가 어떻게 보면 악착같이 버티려고 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버티지 못해 부러지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듯한 불안감 같은 게 잠을 자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튀어나온다 그러면 핸드폰을 꺼내든다 그리고 아이 사진을 한번 찬찬히 돌려본다 아이의 웃는 얼굴도 토라진 얼굴도 다 나에게는 힘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전에도 말했지만 아이가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단지 내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들 중에 하나일 뿐이고 아빠로서 딸을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은 책임감이기도 하다 물론 잘 되면 더 좋겠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