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47)

가정의 달(feat. 아버지)

by 시우

https://www.youtube.com/watch?v=9LzJJJvzZ1U

요즘은 조금은 이해하게된 아버지의 마음이다..


작년 요맘때쯤에는 어린이날 이야기를 썼었는데 올해는 어버이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다, 사실 젊었던 시절 보다 나는 내 아버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버지 인생이니까 별 신경 쓰지 않았었지만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가정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일들은 하지 못하셨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젊은 시절 해외로 근무 나갈 기회가 생겼었을 때 가족이랑 한국에 남아있겠다고 거절했던 일들도 있었고, 한때에는 제조업을 해보시겠다고 이것저것 알아보시다가 포기하셨던 기억도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의 삶의 목표가 있으셨던 거 같지만 사실 자식 입장에선 그걸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것 같고, 또 아버지가 그렇게 살아왔지만 자식들에게 덜 신경 쓰신 덕분인지는 몰라도 다 커서도 데면 데면 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기도 하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더 중요한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자식과 더 감정적인 교류를 하며 지내는 것이 더 좋은 건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후자 쪽이지만 어쩌면 내가 아버지만큼 벌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는 것도 이유일지 모르겠다 우리 집 공주님도 좀 더 커서 다른 집들과 다른 아버지들과 나를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날마다 붙어서 서로의 안부를 챙겨주는 부녀가 더 행복할지, 대화는 좀 적어도 아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지원해 줄 아버지가 더 좋을지는 사실 내가 정하기보다는 공주가 살아가면서 정하게 될 것이다


아빠의 인생과 우리 공주의 인생은 별개이지만 공주가 자신만의 길을 걷기 전까지는 나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은 어쩌면 욕심이 너무 많은 아빠일지도 모르겠다


어버이날 올해는 유치원에서 처럼 아빠에게 편지한 통 써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날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이 덕분에 행복하니 그거로 충분할까 싶다 나의 아버지는 은퇴를 하셨음에도 또 자식들 걱정에 경비일을 시작하셨다 나이가 육십이 넘으신 아버지가 이제는 좀 쉬실 만도 되었다 싶지만 이혼을 진행 중인 큰아들 걱정에, 혹은 큰아들이 키우는 손녀 걱정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실지도 모르겠다



"그냥 일 안 하시면 안돼요? 곧 연금도 나오신다면서요."


"나오기 전까지라도 일 해야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종일 뭐 한다고."



전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시고, 갑작스레 찾아온 공황장애에, 큰아들의 이혼소식에 서울까지 가셔서 정신과를 다니시며 약을 드시고 계신다 어찌 보면 죄스러운 마음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젊을 때 건강할 때 그때나 나에게 더 신경 써주시지 싶은 마음도 밀려들어온다


요즘도 가끔 둘이 만나 소주 한 병씩 나눠 마시며 옛날이야기를 할 때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미운 것도 많고 감사했던 것도 많은 나의 아버지, 안 아픈 손가락이 되고 싶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 버티고 살아가고 싶었는데 세상살이가 녹녹지가 않다 아버지도 이 길을 그렇게 혼자 걸어오셨다 다들 이렇게 산다고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작년 실직 이후 다시 취직한 업체에서 일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아래 들어온 직원들이 몇 달 며칠을 못 버티고 벌써 4명이나 관두고 새로 들어오고를 반복하지만 나는 날마다 마음을 다 잡는다 힘들어도 XX 같아도 버티고 버텨야, 내가 사랑하는 공주와 그리고 날 지켜보고 있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걸 아니까


한 해동안 수고했다고 연봉이 제법 올라갔다(그래봐야 10% 내외겠지만) 이번 가정의 달에는 아이가 가지고 싶은 것도 하나 사주고, 아버지께 용돈 조금이라도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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