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49)
공주님은 헤어짐에 대해 알까?
언제 실수를 했었는지 보일러 요금이 30만원 가량 나오게 생겼다, 켜두고 나간 적이 있어서 인지 아니면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켰다 껐다를 반복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역대 최악의 가스비가 기록이 된다 날씨가 우중하고 비가 내릴 거 같다 지난달에 예상외의 지출이 좀 있어서 이번달은 좀 빠듯하다 월급날까지는 아직 일주일정도 남아있다 신용카드로 장을 보려면 홈플러스까지 가야 하는데 이런 날은 움직이기도 싫고 괜히 기분도 울적하다
거실바닥에 누워 뒹굴 거리는 나에게로 공주가 잠에서 깨 와서 눕는다 따듯한 온기를 채 가지고 나와서 몸이 약간은 차가운 내 품에 안기면서 시원하다고 웅얼거리는 게 참 예쁘다 거실 구석에 있는 햄스터가 벽을 박박 긁는 소리가 들린다
"공주님, 아침 뭐 먹을까요?"
"첵스 초코 먹을래요."
아이의 요청에 시리얼봉투를 들고 나온다 공주 전용그릇에 적당히 시리얼을 담고 우유를 부어준다 점심에는 지난번에 마트에서 산 갈치라도 한 마리 구워줘야겠다.
"엄마랑 아침에 이렇게 일어나서 빵이랑 먹었었는데 참 맛있었어요."
앉아서 시리얼을 먹고 있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해 준다
"그랬지요? 아침에 계란 프라이도 해주고 빵도 토스트기에 굽고 맛있었는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아빠 엄마는 언제 와요?"
"..."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냥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는 더 이상 댈 수도 없고, 아이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을 것 같아 말을 아낀다
"엄마가 OO이 보러 올 수 있는데 아빠 연락을 안 받아요 많이 바쁜가 봐 빨리 볼 수 있게 아빠가 한 번 더 연락해 볼게요."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리얼을 다시 먹기 시작한다, 어색한 침묵이 싫어 티브이를 틀고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틀어주고 밥을 하러 부엌으로 간다 어떻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해줘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 한편으론 어찌 되었는 부부 사이에 짚고 넘어갔어야 할 일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아이는 헤어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과연 엄마와 아빠의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는 불쌍하다 떼쓰고 해보고 싶은 모든 것 들을 해봐야 할 나이에 참고 인내해야 하는 아이는 더욱더 그렇다
어린 시절 내 모습과 비슷한 아이의 모습이 미안하고,안쓰럽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할머니와 보냈던 내 어린 시절과는 달리 공주는 조부모 보단 나와의 시간과 추억을 더 많이 공유한다는 점이다 내가 좋지 않았다고 느꼈던 부분을 공주가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도움도 최대한 적게 받으려고 한다, 힘들어도 옆에 있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