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께서 문자를 갑자기 엄청 잘 쓰신다, 아무리 자동 완성 기능이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오타를 기억해서 완성되어 보여줄 터인데, 요 며칠 저녁에 내 시간을 좀 줄이고 맞춤법을 알려줘서인지(실상 아빠도 맞춤법을 다 틀리긴 하지만)는 몰라도 일취월장한 문자 실력에 깜짝 놀라고는 한다
또래 아이들 엄마들이 하는 이야기는 여자 애들이 그래도 남자 애들보다 빠르단다 글 쓰는 것도 빠르고 말하는 것도 빠르다고 아빠가 퇴근해서 알려주는 것에 비해 월등히 빠른 성장에
'우리 애가 천재인가?'
라는 웃지 못할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아직 말할 때 발음이 부정확 하긴 하다, 아빠 목소리가 굵다 보니 발음이 완벽하게 안 들리는 탓도 있으리라,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우선은 나부터 교정해보려고 노력한다, 천천히 말하거나 듣기 좋게 말하는 방법 쉽지가 않다 이미 몇십 년을 그렇게 살아와서 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공주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많이 듣게 해주려고 한다,
"금요일. 한번 해봐요."
"긍요일?"
"긍이 아니고 금도끼 은도끼 할 때 금!"
키득거리면서 발음을 따라 하는 공주가 귀엽고 웃기다 그래도 한번 배울 때는 확실히 해야 하니까 비슷한 발음이 나올 때까지 조금은 스파르타 식으로 할 때가 많다
"아빠아 힘든데 계속해요?"
애교로 수업시간을 넘기려고 하지만 할 때는 해야 하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한 번 더를 외친다. 발음 공부가 끝나면 같이 쓴 일기를 보면서 맞춤법을 공부한다
"맛있었다."
'맛이어다가 아니라 '있' '었' 이렇게 받침도 잘 적어야지.'
무릎에 앉혀 놓고 옆구리를 쿡쿡 찔러가면서 알려주면 꺄르륵 웃으면서 지우개로 열심히 글씨를 지우고 다시 적는다, 그래도 한 두어 번 고쳐주면 다음번에는 잘 써와서 보여준다
혼자서 키운다는 게 확실히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책임져야 할 길이기도 하다 가끔은 너무 말 안 들어주는 공주에게 화도 나고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부녀는 서로를 의지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아빠가 해주는 것들이 감사한 일이고 힘든 일이란 것을 알고 공주가 도와주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그러니까 종종 투닥거려도 금세 또 서로를 챙기고 찾는 것 아니겠는가?
며칠 전에 아이가 이렇게 물어본다
"아빠 엄마는 무슨 커피 좋아해요?"
"아빠 기억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끔 카페 라테도 마셨지요?"
왜요?라고 물어보자 아이가 답변한다
"다음에 엄마 만나면 내가 커피 사줄라고요."
"아~ 그래요 엄마한테 이야기해 줄게요 공주님도 엄마랑 연락되면 꼭 이야기해요."
"네."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가 수첩 같은 메모장에 커피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적어 자기 가방에 잘 챙겨 넣는다 그 모습에 가슴이 참 아프다 그냥 가서 아이를 꼭 한 번 안아주고 방에서 나온다, 엄마가 엄마로서의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도 아이에게는 엄마는 엄마인가 보다 아이가 상처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