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82)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겨요
아직 공주님이 어리긴 한가보다, 센터에 두고 온 우산, 태권도장에 두고 온 핸드폰 덕분에 밤의 아빠는 낮보다 바쁠 때가 종종 있다, 공주의 물건을 같이 주기하고 나갈 때 챙겨주고 이건 같이 해줄 수 있지만 밖에 나간 후의 일은 오롯이 공주가 챙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물건을 돈으로 환산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생활이 빠듯한 아빠로선 핸드폰 한 번만 잃어버려도 돈이 많이 깨져 나간다 아이 핸드폰은 보험을 들기에도 가격이 애매하다 안 들고 사는 게 더 싸게 먹힐 수도 있고 그렇다고 보험을 들면 핸드폰 가격만큼 보험료가 나간다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공주님, 아빠가 집에 올 때에는 항상 물어보잖아요 안 챙기고 없는지 공주님 물건인데 아빠가 어떻게 다 챙겨줘요...?"
"깜박했어요 죄송합니다."
친구랑 놀러가서!
몇 번을 태권도장에 가서 내가 찾아다 준 뒤에서야 이제 조금씩 자기 물건을 챙기기 시작한다, 방학이 되기 전에 우산도 한번 잃어버리셨고 학교에서 학용품으로 준 풀도 잃어버리셔서 개학날 허겁지겁 문방구에 가서 구해다가 교문 안으로 밀어 넣어준 적도 있다
다른 집은 어떤가 물어보면 다들 비슷한가 보다,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책가방도 들고 가지 않는다는 집도 있고 학교 갈 때마다 우산을 두고 가서 방과 후에 교실로 그동안 가져갔던 우산들을 챙기러 간 엄마도 있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이라 그런지 피식 웃음도 나오고
'그래도 우리 집 공주는 양반이었네?'
라는 웃지 못할 생각도 하게 된다
저녁마다 잠들기 전 아이와 이를 닦고 물어보는 게 하루의 루틴으로 자리 잡아버렸다
"내일 학교 가져가야 할거 챙겼어요?"
"아빠 보여 줘야 할 것들 확실히 없어요?"
"가방 정리 진짜 확실히 되었죠?"
아이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이야기해서 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제법 잘 챙긴다 엊그제는 같이 책상정리도 했다, 책을 책장에 왜 구겨서 넣으면 안 되는지, 연필은 연필대로, 색연필은 색연필 대로 구분해서 넣어야 하는 이유 어떻게 보면 사소할 습관일지도 모르지만, 후에 그런 습관들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잔소리만 하는 아빠라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는데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분명 잔소리만 하는 아빠라고 생각할 듯싶다 잠들어 있는 아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잔기침을 하는 게 에어컨 때문에 온도차이가 심해서 인 거 같다, 아침 일찍 깨워서 병원에도 들리고 며칠 전에 약속했던 키즈 카페도 가서 놀게 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