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 블루문이 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공주도 옆에서 앉아 나와 같이 티브이를 보다가 물어본다
"아빠 블루문이 뭐예요?? 블루가 영어로 파란색인데 달이 파란색이에요?"
"블루가 파랑색인건 어떻게 알았어요?"
"학교에서 배웠는데...?"
갸웃거리는 공주를 무릎에 앉히고 알려준다
"블루문이 뭐냐면 달이 지구랑 가까워지면서 크게 보이는 걸 블루문이라고 해요."
"와 달이 엄청 커져요?"
"평상시에 보는 것보다 많이 커질 거예요 지금 한번 보러 가볼까요?"
아이 옷을 대충 걸쳐 입히고 나도 대충 입고 집 앞 놀이터로 간다 언덕 위에 있는 아파트이다 보니 별로 가리는 것 없이 하늘이 뻥 뚫려 보인다, 오전 중에 비가 와서 구름이 좀 껴있어서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잘 보인다 하늘 높이 뜬 달을 보더니 공주가 입을 연다
"아빠 달 보면 소원 빌어야 한데요 우리 소원 빌어요."
"그럼 아빠는 우리 공주님 많이 많이 행복하게 해 주세요."
"아니이 입 밖으로 내면 안 되죠."
"아 그런 거예요? 그럼 다시 속으로 빌게요."
아이가 눈을 감고 소원을 빈다 나도 옆에서 아이 손을 잡고 아이의 행복을 빌어본다 잠시 후에 눈을 뜬 공주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묻지 않기로 한다, 말하는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 공주님이니까 물어보지 말아야지
아이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를 슬슬 한 바퀴 돈다, 공주님은 그동안 종알종알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 이야기, 아까 봤던 유튜브 속 장난감 이야기 등등 하루종일 아빠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쉴 틈 없이 나온다 너도 하루가 참 길었구나 싶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 하루를 아빠가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제 시간이 지나 사춘기가 되고 그러면 아빠랑은 말도 섞기 싫어한다는데 우리 집은 걱정 안 해도 되겠지?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네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지금 행복한지 슬픈지, 물론 그동안 지내온 시간 덕분에 그 기분만큼은 느껴지겠지만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 나중에 이야기도 잘 안 하게 되면 그때에는 귀찮은 아빠라도 돼야겠다고 다짐한다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친한 친구들 이름도 알고 있었으면 좋겠고, 무슨 과목을 좋아하고, 무슨 과목을 싫어하는지, 요즘은 무슨 고민이 있고,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일에 치이고, 삶에 치이고 그래도 공주님의 하나뿐인 열성팬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