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86)

받아쓰기

by 시우


공주님이 드디어 학교에서 받아 쓰기를 시작하였다, 일주일에 딱 한 번이고 요즘은 무엇을 시험 보는지도 알려주신다, 학교에서 곱게 코팅된 받아쓰기 예습 지문을 손에 들고 보여주는 공주님 딱 봐도 1학년 짜리가 보기에는 좀 어려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받침 있는 글자도 많고 그렇다



"공주님 진짜 이거 학교에서 배워요?"


"이번주부터 시험 본다고 그랬어요."



담임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문자에 보니 잘 못쓰는 친구들은 오픈 북으로 글 쓰는 연습 겸 겸사겸사 한다고 하시니 자신감 없는 아이들에게는 다행이다 싶다



"그럼 공주님 일단 이거 노트에 한 번씩 천천히 기억하면서 써보세요 그다음에 아빠가 연습할 겸 읽어주면 받아쓰기해보게요."



거실 식탁에 앉아 같이 공부를 한다 오랜만에 나는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8칸 공책에 적어가는 공주님이 대견스럽다 10개의 문장을 30여 분에 걸쳐서 다 쓴다. 그리고는 나에게 검사를 맡는다


글씨 쓰는 순서를 교정해 주고 받침 있는 문장을 한번 읽어 준 뒤에 드디어 안 보고 시험이다



"연필을 깎았다."



천천히 읽어주자 입으로 되뇌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 내려가는 공주님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써내려 간다 10개의 문장을 다 썼다 틀린 글자는 딱 한 개 너무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자 씩 하고 웃는다


"받침도 어렵고 그런데 공주님 공부 열심히 했나 봐요 진짜 잘했어요."


"그럼 칭찬스티커 한 장 주세요."


"칭찬 스티커뿐만 아니라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아빠가 사줄게."


"음 그럼 편의점 가서 음료수 하나 사주세요."


칭찬 스티커를 하나 붙이고 아이 손을 잡고 집 앞 편의점으로 타박타박 걸어간다 아빠도움 없이는 어렵고 힘들 거란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었나 보다 아빠가 못 보던 곳에서도 아이는 자라고 있었다, 사실 그게 당연한 건데 자꾸 잊어먹으니 부끄럽기도 하다


가는 내내 하루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다 아빠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더 사랑하고 사랑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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