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92)
삶과 죽음의 경계
이직한 직장에서 부장님과 함께 인수인계를 받고 있었다 첫인상은 안경 쓴 나이는 한 50대 중후반 정도 돼 보이시고 편안한 인상과 담배를 많이 피우셔서인지 목소리가 살짝 갈라지게 들리지만 친절하게 인수인계도 해주시고 이것저것 알려주신다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다 3일 정도 따라다녔는데 오래 일하셔서인지 업무에 요령도 좋으시고 사람들을 대하시는데 싹싹하고 서글서글하신 분이셨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시다가 은퇴하시고, 지금 회사 사장님과 함께 10년을 하기로 하고 들어오시고 이제 4년 차라고 하셨었다 타지방으로 가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나도 비슷한 업종에 있어서였는지 공감도 좀 가고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가 급한 업무가 들어왔다, 고객의 연락처는 없이 시간과 주소만 적혀있는 일, 이곳에서 가면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데 시간까지 잡아놓아 버린 상황(나는 개인적으로 직접 일처리 하지 않으면 고객과의 약속시간을 임의로 정해서 넘기지 않고 담당직원에게 돌리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삶과 죽음 그 사이 어디쯤
"여기서 일처리 하고 가면 거기 4시쯤 도착하는데, 3시는 안돼."
다른 자리로 가서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시간문제가 있겠다 싶었다 이쪽 업무를 급하게 마무리 짓고 사무실로 복귀하여 물건을 다시 챙겨 이동한다 3시 40여분이 되니 다시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물어보신다 전화를 끊었더니 내 핸드폰이 울린다
"내 팀장님."
"왜 아직도 거기야?"
"물건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다시 챙겨서 나가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물건이 없어? 왜 물건이 없어?"
"오늘 불량 AS건 때문에 그거 실어서 차에 자리가 없었습니다 다른 물건은 오늘 OO에서 처리했고요."
전화를 끊는다 부장님이 팀장이냐고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인다
4시쯤 고객을 만나 일처리를 하고 5시쯤 복귀하려고 하는데 또 부장님과 팀장님이 통화를 하시는 듯했다 언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 먼저 차에 들어가 문을 닫고 기다린다 차문 사이로 간간이 고함소리가 들린다 사이드미러로 보니 인도옆 공원 펜스에서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통화 중인 부장님이 보인다 이런 모습은 3일 만에 처음 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통화가 끝났나 싶어 사이드 미러를 쳐다본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부장님이 펜스 옆에 넘어져 계시는 게 아닌가
차문을 열고 뛰쳐나간다
"부장님? 부장님? 괜찮으세요?"
몸을 만져보니 딱딱하게 굳어가고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뻗뻗해지 신다 눈의 핏줄이 다 튀어나올 것처럼 빨개지고 숨을 제대로 못 쉬신다 평평한 바닥에 반듯이 눕히고 팔과 다리를 곧게 펴면서 119로 전화를 한다
"여기 간판이름이 OOO입니다."
"무슨 동 OOO인가요?"
"저 여기 처음 와봐서 무슨 동인지 몰라요 핸드폰 추적해서 찾아주세요."
"환자 상태는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 지금은 좀 풀렸어요 심장 박동은 느껴지는 거 같은데 숨을 제대로 못 쉬시는 거 같아요."
"환자와 관계는요?"
"직장 동료입니다."
"불러도 반응이 없나요?"
"네 눈이 빨개요 숨도 제대로 못 쉬시고."
"심폐소생술 할 줄 아시죠?"
"제가 배우긴 했는데 지금 너무 당황해서 기억이 제대로 안 나요."
"그래도 하셔야 해요 바닥에 눕히고 심폐소생술 해봅시다 전화 끊지 마시고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세요."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고 바닥에 내려놓자 삑삑삑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맞춰 심폐소생술을 하라고 한다 정신없이 손을 깍지 끼고 팔을 반듯이 하고 심폐를 하기 시작한다 숨을 못 쉬시던 분이 일정시간 하자 급하게 한번 다시 몰아쉬시고 다시 못 쉬시고 반복을 한다
"숨 쉬시나요?"
"가끔 들이마시시는데 정상적으로 호흡은 못하십니다."
"그럼 계속하세요."
삑삑삑 소리에 맞춰서 계속 가슴을 압박한다 숨 쉬는 속도는 좀 더 빨라지시긴 했는데 아직도 정상적이진 않다 얼마나 했을까 구급차 소리가 들려 뒤를 보니 구급대원과 경찰분들이 달려오는 게 보인다 구급대원이 도착하자 얼른 자리를 비킨다
맥을 짚어 보시더니 맥박 있음 상의를 벗기니 가슴과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그래도 숨은 쉬고 계시는 거 같았는데 정신을 못 차리신다 구급대원이 이것저것 물어본다 보호자 연락 쳐 아는 것 있는지 무슨 관계인지
입사 3일 차 직원이 가족들 연락처를 아는 게 무엇이겠는가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니 경찰에서 주빈번호 확인하고 알아보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구급차는 응급실로 출발한다고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연락 주겠다고 연락받으면 그쪽으로 오라고 하고 출발하셨다
경찰들과 남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누군가랑 통화 중이었고 소리가 안 들려서 돌아봤더니 바닥에 쓰러져 계셨고 119 신고했고 심폐 하다가 오셔서 이렇게 된 거라고
OO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회사에 보고를 하고 차를 끌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팀장님도 올라오시고 아내분도 오신단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중증응급환자 병동에 가있으면 되고, CT를 찍으러 가셔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앉아서 멍하니 기다렸다
아침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일하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한순간에 쓰러져서 일어나질 못한다 이게 회사 탓인지 아니면 개인과 개인 사이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족분들이 오셨다는 이야기에 나가보니 이 지역에 살고 있다던 처남 처제분이 먼저 도착하셨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입사한 OOO이라고 합니다, 부장님과는 업무 때문에 출장 와있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뒤에 설명을 해드린다 장인어른도 이 병원에 입원해 계신단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황당한 표정을 지으시는데 드릴 말씀이 없었다 의사분이랑 만나겠다고 들어가셔서 또 그 응급실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팀장님께 보고했더니 올라오고 계신단다 아내분도 오고 계신단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오시더니 상태를 설명해 주신다, 지주막하 뇌출혈이고,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죽거나 엠뷸런스 타고 오다가 돌아가신단다,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30프로 정도인데 상태가 위중해 긴급 수술을 하셔야 하고 아직 장담을 못한다고 하신단다
'아...'
열심히 심장 뛰게 심폐해서 팔이 후들거리는데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
"아... 죄송합니다... 심폐 하고 불안정하긴 했지만 숨도 쉬시고 맥도 있다고 하셔서 괜찮으신 줄 알았는데.."
"아니 아니 그래도 그쪽이 심폐소생술 해준 덕분에 살아서 병원 들어온 거 아닌가요."
말없이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가 밥 먹었냐고 밥이라도 먹고 와서 기다리자고 하셔서 같이 식당으로 와 밥을 시킨다, 밥이 나왔는데도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앞에선 눈물을 훔치시고 그 와중에 배는 고프고 공주는 혼자 센터에 남아있고 곧 센터 문 닫을 시간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싶고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팀장님이 도착하시고 가족분들과 만나계 해드렸더니 자기가 이제 여기 있다가 가겠다고 먼저 올라가라고 하신다 차를 다시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불이 다 꺼진 회사에 들려 부장님과 같이 끝낸 서류들을 사무실 여직원 책상에 올려두고 아침까지만 해도 부장님이 앉아 커피를 드시던 책상을 바라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몇 시간 동안 거기서 있었을지 모르는 기억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괜찮으시겠지 괜찮으실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응급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셨지만 아직 의식이 없으셔서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셔야 한다고 합니다 얼른 의식 찾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