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쯤 되면 생일은 그냥 지나가는 날 중 하나일 뿐인가 보다,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게 두고 싶었건만, 아침 일찍 아이를 등교시키려고 아이 친구들 엄마 무리에 꼈는데 어머니 중 한 분이 비닐팩에 간식거리를 챙겨 나에게 건넨다
"어? 이게 뭐예요??"
궁금함에 여쭙자 어머니가 입을 연다
"OO이 아빠 오늘 생일이라면서요? 아침에 OO이가 이야기 하길래 그래서 했더니, 선물 줘야 한다고 그래서 급하게 챙겼어요."
라고 하시면 ㅎㅎ 웃으신다 공주님이 학교 친구들에게 아빠 생일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나 보다 본인생일을 챙기는 거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아빠라고 생일을 챙겨주는(?) 듯한 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 어쨌든 감사합니다, OO이도 아저씨 생일 챙겨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아이들을 배웅하고 천천히 회사로 출근해 챙겨주신 커피와 간식들을 먹는다, 결혼하고 나서부턴 그다지 챙기지 않았던 생일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내 생일을 똑바로 챙겨본 적이 언제였는가? 나의 부모님들도 그러실까? 같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감정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회사 일과 중에 실수도 하고 그래서 혼도 나고 그런 와중에 회사에 말하지도 않았는데 퇴근하던 와중에 팀장님이 케이크를 하나 사 손에 들려주셨다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된 회사에서 이런 것까지 챙겨주시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여 여러 번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더니 오히려 쑥스러워하신다
퇴근길 아이를 데리러 센터로 간다, 일찍 데리러 가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많이 남아있길래 선생님께 여쭙는다
"선생님 제가 오늘 생일이라 케이크를 하나 받았는데 이거 애들이랑 같이 나눠 먹어도 될까요?"
"아 그럼요 애들 간식 좋아하죠."
얘들아 아저씨 생일 축하해 주는 거 맞지?
아이들과 함께 공부방으로 들어가 케이크를 깠다, 모 카페에서 요즘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 케이크였다 아이들이 와하고 소리를 지른다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이야기를 하신다
"오늘 OO이 아버님이 생일 이시래 같이 먹자고 케이크 가져오셨어 다들 축하해 드리자."
"네!"
초에 불이 붙고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박수가 끝이 나고 공주가 케이크의 초를 후 불어 끄자 선생님은 케이크를 잘라 아이들에게 나눠주신다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한 생일과 그리고 우리 집 공주와 보냈던 지난 생일들과는 달리 뭔가 조금은 북적거리고 간질거리고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케이크를 음미한다, 웃음기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우리 공주님의 얼굴이 보인다. 오늘 참 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별거 아니지만 나누는 기쁨이 이런 거였지 싶다. 내년 생일에도 이렇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조그만 거 하나에 아이들이 기뻐한다면 그리고 공주가 기뻐한다면 내 마음이 좀 여유로워질 수 있다면 또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생일과는 다른 생일을 보낸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하루가 된 것 같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