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47)

장모 아니 전처의 엄마 이야기 - 1

by 시우
도시락.. 흔들었니? 주먹밥이 다 깨졌내 ㅠ



브런치에서 이혼에 관련될 글을 종종 읽다 보면 별의별 시어머니가 많이들 나온다, 자기 아들만 중요하고 며느리들을 도구 취급 혹은 감정적으로 몰아붙이거나 도의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부족한 시어머니들 말이다 240회가 넘는 동안 장모에 대한 이야기를 한 두 번 정도 했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해보고 싶어서 글을 적어본다


나의 장모는 젊은 시절 시어머니를 모셨던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 (본인 말로는 별 볼 일 없는 장인을 만났다고 했다) 시어머니를 모시며 과수원과 농사일을 도왔다고 했다 술을 많이 드시면서 일은 안 도와주는 남편이 미웠고 자기 딸은 돈 많은 남자 만나 집에서 일하지 않고 아이나 키우며 넉넉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셨다



"우리 OO이랑 헤어져 주면 안 되겠는가?"



그녀가 나를 세 번째 만났을 때 나에게 했던 소리였다, 전처(그 당시에는 여자친구, 이하에선 여자친구라고 적겠다)가 일하던 곳에서 발등이 부러져 지역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나는 사귄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타지에 부모님이 계시다는 이야기에 그녀 옆에서 거의 두 달을 넘게 간호를 했다(아마 그 당시 병원에 있던 간호사들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 두 달 넘은 기간 동안 부모라는 사람은 병원에 딱 두 번 찾아왔었다


첫 번째 만남은 부모님이 병원에 오신다고 하여 여자친구는 나를 병실 밖으로 쫓아냈다 자기 부모님이 가실 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병원에 상주하며 여자친구를 돌보고 있던 내가 무슨 말끔한 옷이 있었겠으며 돈이 있었겠는가 20대 중후반이었던 나는 주머니에 있던 돈 2천 원을 들고 병원 앞에 피시방에 들어가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자기야 부모님이 얼굴 좀 보자는데 올 수 있어?'


'어 알았어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부리나케 병실로 돌아간다 여자친구 옆에 그냥 봐도 시골 사람처럼 보이는 어른 두 분이 서계셨다



"아.. 안녕하세요 OO이 남자친구입니다."


"너 나 아까 봤지?"



아빠로 보이는 분이 인사가 아닌 첫 대면부터 반말을 날렸다.



"네? 저는 처음 뵌 거 같은데요?"


"근대 옷이 왜 그 꼬락서니냐?"


"네?"


"병문안 온 사람이 옷이 왜 그 모양이냐고."


병문안이 아니라.. 제가 여기서 지내면서 OO이 돌봐주고 있는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들어간다 간단하게 운동복에 슬리퍼를 신고 있던 게 그리 아니 꼬우셨나 보다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었다 그러고 나서 오빠라는 사람이 들어왔다 촌부처럼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누구냐고 물어본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라고 대답을 하자 구시렁거리는 게 들린다



"오라고 해서 왔는데 가족끼리 이야기하시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이야기하십시오 밖에 있겠습니다."



병문안이 아니라 병원에 있으면서 수발을 들고 있는 내가 거기서 어떤 옷을 입고 있었어야 했으며 뭐라고 답을 해야 했을까? 자기 부모가 가고 나서 내 마음을 눈치챘던지 여자친구는 시골 사람들이라 말이 그러니까 나보고 이해하라고 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냥 거기서 알겠다고 했다


두 번째 만남은 병원 근처 보쌈집이었다 그쪽 집안 여성 세명(엄마, 이모, 딸)과 나 혼자였다 이모라는 분이 신상을 물어보신다 나이가 몇인지, 형제가 몇 명인지, 일은 하는지, 학교는 어디를 졸업했는지, 궁금하신 거야 알겠지만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질문이기도 했다, 좀 말려주었으면 좋겠어서 옆에 있는 여자친구란 사람을 쳐다보았지만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자기 엄마와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내 대답이 맘에 안 드시는지 엄마 쪽은 혀를 쯧쯧 차시더니 연애만 해 연애만 당연히 그때야 연애 초반이었으니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하지만 초면에 그것도 딸의 간호를 하고 있던 남자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이 우선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라니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물어본 적이 있다



"너는 그때 왜 침묵했어? 우리 부모님이 너한테 그런 소리 했으면 넌 그냥 가만히 있었을 거야? 우리 부모님이 그런 소리 하실 분도 아니지만 만약 하셨으면 내가 못하게 막았을 거야 그리고 알지 OO이 출산하고 와서 잔소리하시던 내 부모님한테 그런 소리 하실 거면 오지 마시라고 애 엄마 스트레스받는다고 이야기했던 것도 나였어, 넌 언제 내편 한 번이라도 된 적 있어?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넌 연애할 때도 결혼 후 에도 한 번도 내 편인적이 없어."



전처는 침묵했다



세 번째 만남은 직장을 다니면서 시외로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근처로 오는 길이었다 나를 별로 안 좋아하시지만 그래도 가끔 오가는 길이니 인사라도 하고 자주 얼굴을 비추면 좋아해 주실줄 알고 갔었다 하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위에 적었던 것처럼



"우리 OO이랑 헤어져 주면 안 되겠는가?"


"아니 무슨 제가 결혼하겠다고 찾아온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면서 인사하러 온 건데 서운하게 그렇게 이야기하십니까. 예쁘게 만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만나는 동안 예쁘게 잘 만나겠습니다."



손짓을 훠이훠이 하시길래 거기서 더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회사로 복귀했다



"너희 어머니가 나한테 오늘 이렇게 이야기했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솔직히 서운한데?"



여자친구의 핑계는 그때도 똑같았다 시골 사람들이라 말투가 원래 그런다고 미안하다고 그때는 그 말 만으로도 너는 다른 여자구나 그래도 너랑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지 않아도 너에게는 존중받겠구나 그렇게 느꼈고 안심이 되었었다(만약 결혼하고 같이 살게 된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게 말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또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조차도 안 하게 된 건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쪼금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재미없으실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몰상식한 시어머니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장모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의외로 이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침묵하는 남편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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