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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y 20.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52)

면접교섭을 왜 안 하는 걸까?

일요일 한낮에 웬일로 아이가 외출을 하고 싶어 한다, 날이 더워져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아이도 지난 몇 주간 쉬는 날 집안에만 있었던 게 좀이 쑤셨나 보다 날이 더워져 아이 여름옷을 정리를 했다 보관방식이 좋지 않아서 인지 어쩐 지는 잘 모르겠지만 옷감들이 때가 많이 보이고 삭은 느낌이 든다


몇몇 옷들은 그냥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작아 보여 아이를 부른다



"공주 와서 이거 옷 입어봐요 맞나 안 맞나 보게."



갑자기 열린 패션쇼에 아이도 아빠도 바빠진다 못 입을 옷들은 정리해서 부직포 봉투에 담아 의류폐기함에 버릴 준비를 하고 입을만한 것들은 정리를 해서 옷장에 차곡차고 채워줬다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시원한 옷을 꺼내 입히고 외출 준비를 했다


점심을 먹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그런 애매한 시간이었다 결국은 근교까지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천천히 공원을 걷고 놀다가 국수도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오는 코스를 짠다 방 안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던 공주는 신이 나셨다 30여분을 운전을 해 근교에 도착한다 시원한 그늘에 차를 주차 놓고 공원 쪽으로 간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몇몇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공주도 그 틈에 껴 놀기 시작한다



그렇게 움직여도 다 찍히지롱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 길쭉한 팔다리와 얼굴을 보면 또래들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인다 너무 일찍 크면 나중에 잘 안 큰다던데 걱정이지만 열심히 잘 먹고 잘 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멀지 감치 앉아서 아이 사진을 몇 장 찍어본다 그걸 눈치챘는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몸을 돌려 사진을 못 찍게 한다 그게 너무 웃겨서 하지 말래니까 더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다



"아이 사진 이상하게 나오잖아, 가만히 좀 있어봐."


"싫은데요 사진 못 찍지요."


"요즘은 카메라가 좋아서 그 정도는 다 찍히거든요."



아이의 요리조리 회피하는 것을 따라다니며 찍는다 깔깔 거리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진다 적당히 놀고 국숫집까지 걸어간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강아지들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공주는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편이라 강아지가 옆에 지나갈 때면 내 뒤에 숨어서 지나간다(어렸을 때 강아지가 달려든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좀 있다) 강아지를 귀여워하면서도 가까이를 못 가니 참 아이러니하다





국수를 먹으면서 문득 생각이나 물어본다



"공주 엄마랑 요즘은 통화해요? 엄마 안 보고 싶어?"


"엄마랑 문자 했어요 전화는 안 받아요 보고 싶다고는 말했는데."


"흠 아빠가 한 번 더 연락해 볼게."




이혼이 확정된 후로 단 한 차례의 면접교섭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카톡으로 면접교섭을 정상적으로 진행해주길 요청하였지만 답변은 없는 상태이다


아이의 몸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하지만 마음까지 같이 잘 자라려면 이혼을 했더라도 부모로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저 자기 몸 하나 건사 하길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아이에게 무관심한 건지 어쩐 건지


공주의 마음을 위해서라도 전처에게 한 번 더 연락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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