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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y 27.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54)

공주의 첫 외박

https://www.youtube.com/watch?v=rZQ2IBeJHzQ




같은 아파트 단지에 공주의 친구가 살고 있다, 어머님과도 연락을 종종 주고받는 사이인데 얼마 전에 연락이 왔다



"아버님 혹시 괜찮으시면 이번주 금요일에 OO이 저희 집에서 같이 놀다가 자도 될까요?"


"공주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아마 간다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네 OO이랑 지난주에도 같이 놀아주시고 OO이가 한번 놀러 와도 되냐고 물어봐서요 연락 주세요."



전화를 끊고 공주에게 물어본다



"공주 OO이가 초대 했다는데 가서 놀다가 자고 올래요?"


"네! 그럴래요 그래도 돼요?"


"부모님 허락받으면 당연히 되지요."



동생이 없는 공주에겐 물어보나 마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나도 어떻게 보면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좋았다 바로 전화를 다시 걸었다



"OO이도 그러고 싶다네요 그런데 잠깐도 아니고 재우고 안 힘드시겠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걱정 마시고 금요일 저녁에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공주가 잠깐씩 친구집에 가는 일이야 종종 있었지만 잠까지 자고 오는 것은 처음이다 어린 시절 예민했던 나는 집이 아니면 잠을 잘 자지 못했는데 공주는 괜찮을지 조금 걱정이지만 아이는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잔뜩 흥분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아하니 그간 아빠랑만 노는 게 퍽이나 심심했겠다 싶었다


결혼 생활 중에는 간혹 둘째 생각이 없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어른들은 자기 먹을 숟가락은 다 들고 태어나니 홀로 있을 공주 외롭게 하지 말고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하셨지만 나는 부모로서 한 사람도 온전히 보살피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거기에 전처가 했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둘째 이야기는 그냥 거기서 끝을 냈었다


나는 생각보다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다 사랑에 빠지면 온전히 그 사람만 바라보고 있다 아이가 두 명이면 두 명 다 공평하게 사랑해 줄 자신이 없기도 했고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비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를 형제들과 혹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키우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 덕분에 공주는 나에게 거의 무한에 가까운 애정을 받고 자라고 있다.


시간을 빠르게 흘러 금요일이 되었다 아이 옷을 간단하게 입히고 친구와 먹을 간식 조금과 공부할 책 한 권을 쇼핑백에 담아주었다 그리고 친구 동생이 게임게도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서 집에서 게임기도 케이스에 잘 담아 주었다 친구집까지 같이 걸어가며 신신당부를 했다

 


"게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동생들 한테도 양보하고 OO 이한테도 간식 가지고 간 거 잘 나눠먹고 사이좋게 지내다 와야 해 OO이 엄마 말도 잘 듣고."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신이 난 아이는 아빠 손을 놓고 친구 집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왔다 오랜만에 티브이도 보고 게임도 하고 싶었는데 막상 또 하기 시작하니 밤 10시를 넘기기가 너무 힘이 들더라 



'이제 그럴 체력이 아니긴 하지.'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공주에겐 연락이 없다 그게 좀 서운하긴 하지만 그래도 거기서 잘 놀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다 예전에 할아버지 집에서 잘 때에는 새벽에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어서 데리러 간 적도 있었는데 많이 컸구나 싶었다


더 놀 체력도 안되다 보니 얼른 씻고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내일 돌아올 공주를 위해 맛있는 간식이라도 준비해 둬야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공주 방문을 한번 열어본다 있어야 할 자리에 공주가 없다는 게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생각을 그만하고 잠들어야지, 고작 열두 시간 정도의 떨어짐인데도 벌써 공주가 이렇게 보고 싶은 거라면, 내가 분리불안장애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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