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 공주
날이 무척이나 더워졌다 공주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맥을 못 춘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긴 헤어를 고집하셔서 그간은 어깨 살짝 아랫가지 유지 하고 있었지만 아침마다 꼬인 머리카락을 풀어주는 것도 일이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묶어 주는 것도 어려워서 고민을 하다 공주에게 물어본다
"날도 덥고 아침마다 머리 만지기도 힘든데. 좀 자르는 게 어때요? 시원하게."
"머리 기르고 싶은데요?"
"아빠가 사진 보여줄게 한번 봐주면 안 될까?"
인터넷으로 여러 단발머리들을 보여주며 이건 어떤지 저건 어떤지 물어본다 공주는 뜨듯 미지근한 반응이다
"날씨 더 더워질 텐데 머리 너무 길면 땀도 많이 나고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 묶어줄 때 빗어도 안 아플 거에요."
그 말에 그냥 무난한 스타일의 단발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진짜 안 아파요?"
"그래! 그리고 공주는 단발도 이쁠 거 같아."
그간 긴 머리를 유지했었지만 아침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던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을 했다 미용실을 예약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미용실로 갔다 전날 머리를 잘 감아두어서 바로 머리를 하기 시작한다 예전에 머리 염색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얌전히 잘 기다리는 줄 알았지만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역시 별수 없는 아이로 돌아간다
긴 머리를 조금 잘라내고 정돈하고 파마 약을 바르고 모양을 내고 기다렸다가 헹구고 다시 약을 바르고 고데기로 모양을 다시 내고 거의 두 시간을 그렇게 미용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기다림의 결과는 아주 귀엽고 시원해 보이는 공주님의 탄생이었다
"와 이렇게 시원하고 이쁜데 진작에 좀 할걸 그랬네 공주 거울 봐요 너무 이쁜데? 누구 집 딸이야?"
공주도 만족하셨나 보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찍어서 보여줬더니 할머니랑 할아버지에게 보내 달란다 부모님도 시원하니 예쁘다고 엄지 척을 날리신다 집으로 돌아와 친구집에 놀러 간다고 나가셨는데 친구 어머니도 아이를 보더니 너무 이쁘다고 하신다 아빠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딸랑구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쁘게 키우고는 싶다
"공주 그거 비싼 머리야 예쁘게 관리 잘해야 오래가지 또 머리 잘 안 말리면 엉킨다."
"네!"
공주에게 우스갯 소리 하며 생색도 냈다 티브이를 보며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머리를 만져본다 돈 값을 하는 것 같다 빗을 가져와 머리를 빗어준다 걸리는 곳 하나 없이 마치 라푼젤의 머리처럼 보들보들 넘겨진다 당분간은 아침마다 공주와의 머리 전쟁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