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4)

by 시우

어렸을 적에 꾸었던 꿈이 있었다, 중2병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 무렵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고 밖에서 노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학교에서는 책을 읽고 집에서는 게임을 했다 다른 것보다 그게 더 재미있고 시간도 잘 갔으니까 그러다가 그 당시에 유행이었던 판타지 소설에 꽂혀서 노트로 세 권짜리 설정집을 만들고 프롤로그를 쓰고 인터넷에 올릴 준비를 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가 어머니는 내가 없을 때면 수시로 방에 들어와 내 짐을 뒤졌다, 허튼짓할까 봐 였는지 그러다가 소설 쓰는 것을 걸리고 말았다


"이런 거는 대학 가면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지금은 공부해 이런 걸로 돈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거 같아? 그냥 취미야 이런 건."


모든 부모들의 단골 레퍼토리 대학교 가서 해, 그땐 다 할 수 있어 이거 다 뻥인데 대학을 가서도 학업에 치여, 과제에 치여할 시간은 언제나 없었지만 그때는 어머니 말을 믿었었다 3권짜리 설정집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나의 글쓰는 열정도 잠시 꺼져있었다


이루지 못한 꿈은 가슴속에 품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하필 그게 이렇게 싱글대디로 살아가면서 다시 불이 붙게 될 줄을 몰랐지만, 브런치에서 첫 작가 연재로 글을 시작하고 내 마음을 익명으로 온라인 공간에 써 내려간다는 게 걱정스럽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어떤 웹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책으로 쓸 가치 있는 이야기는 있다.' 내 이야기가 책으로 까지 써지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글을쓰면서 생활툰 정도의 웹툰 정도에도 도전해 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림 실력이 없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것도 그간 자격증을 따오듯 공부했던 것처럼 그래도 언제인가는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혹은, 생활툰에 관심 있으신 분 연락 주세요 같이 발전해 나갑시다)


일이 익숙해지면 사이사이 빈 시간이 늘어가고, 글 쓰는 게 익숙해지면 순간순간 써야 할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일하는 틈틈이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쓸지 수첩에 메모를 하지만 집에 와서 다시 펼쳐보면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었던 걸까 싶은 메모들이 남아있다


"공주님, 이거 뭐라고 쓴 거 같아요?"


"아빠 글씨를 못 알아먹겠어요."


무릎에 앉힌 딸에게 수첩을 보여주지만, 아이도 알지 못한다 상형문자 같은 나의 글씨를 억지로 읽어 보려는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래서 글 쓸 때 아빠가 컴퓨터로 쓰는 거예요, 나중에 무슨 말을 썼는지 모르겠어요."


"저랑 글씨 쓰는 거 연습해요 그럼."


쪼르르 책장으로 달려가 공책과 연필을 가져온다 그리고 펼쳐주며 연필을 쥐어준다 마치 선생님처럼 '가' '나' '다'를 말하며 써보라고 한다 나는 열심히 아이가 불러주는 글자를 쓴다 다 쓰면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빠도 칭찬스티커 한 장 주세요 공주님이 알려준 거 다 썼으니까."


"알겠습니다 칭찬스티커 어디에 있어요?"

우리가 모은 칭찬 스티커들

스티커를 한 장 띠어주면 내 스티커 붙침판에 가져가 붙여준다 아이는 벌써 3장의 스티커 모음판을 다 모아서 선물을 세 번이나 받았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아직 10개 정도의 스티커만 모을 수 있었다


꿈은 직업 같은 게 아니다, 나처럼 작게라도 글을 쓰는 것도 꿈이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푹잔것처럼 개운하게 일어나고 싶은 것도 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차장에 주차자리가 없는데 내 퇴근시간에 맞춰 한자리 정도 나오는 것도 꿈이 될수도 있고, 아이에게는 유치원 안 가고 동물원에 아빠랑 놀러 가고 싶은 것 같은 것도 꿈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유한하고 지나간 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를 살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는 봐야 하지 않을까?


내일도 볼 텐데 오늘은 사랑한단 말은 건너뛰지말고 오늘도 사랑해란 말을 해주자, 맨날 해주는 건데 고맙다고 해서 뭐해 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도 고맙다고 이야기 해주자, 오늘 하루 고생했을 너에게 다독이며 오늘도 고생했어라고 말 해주자 마음속에 잇던 말이 제때에 도착할 수 있게, 지치지 않고 내일은 또 내일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게, 너(나)는 잘하고 있다고 말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