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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312)

마흔 번째 생일,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by 시우
Cinematicp-4031757978-10_48_20-0.png AI로 만든 이지 미지입니다


10년 후의 나에게


오늘은 내 마흔 번째 생일이다 숫자만 보면 인생의 중턱 같지만 마음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아직도 일터에서 부딪히고 아빠로서 매일 배우고 인간으로서 자꾸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의 아빠로 또 한 사람의 어른으로.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걱정들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책임 아이 앞에서는 웃으며 ‘괜찮아’ 하던 그 말이 사실은 나 자신을 다독이기 위한 주문이었다는 걸 이제 안다.

퇴근길 불 꺼진 집에 들어서던 밤들 아이가 잠든 얼굴을 보며 “내일은 좀 더 괜찮은 하루가 되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시간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오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자라 있었고 나도 모르게 내 마음도 조금 단단해졌다


그 시간들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분명 진심이었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솔직한 증거다.


이 편지를 읽을 때쯤 너는 오십이 되어 있을 거다 아이는 다 커서 네 손을 잡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걸어가고 있겠지 그 모습을 보며 조금은 외로우면서도 동시에 대견해할 네 얼굴이 그려진다.


혹시 그때도 여전히 일 때문에 고민하고 세상에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의 너는 그 모든 시간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 ‘살아낸 사람’이니까

10년 전, 마흔의 나는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



“모든 걸 잘 해내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삶이라는 것은 아이를 향한 마음이기도 하고 너 자신을 향한 믿음이기도 하다 그 믿음을 잃지 않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서툴다 가끔은 불안하고 가끔은 외롭다 하지만 이 나이를 지나며 깨달은 게 있다면 삶은 ‘잘 사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그래서 내 성격상 어렵긴 하지만 이제는 완벽해지려 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하루를 정직하게 살아내고 내가 사랑하는 아이와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행복의 전부다


10년 후의 나야 혹시 여전히 지치고 인생의 속도에 쫓기고 있다면 오늘의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조용히 버텨온 이 날들을 그리고 사랑하는 딸과 울고 웃었던 모든 순간들을.



“우린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아이도, 나도, 결국 여기까지 와줬다.”
“그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



생일 축하해 나야, 버텨줘서 고맙고 이제 남은 시간은 조금 더 ‘사는 일’보다 ‘살아있는 느낌’을 느끼는 일에 써보자 그게 우리가 진짜로 바랐던 인생이니까 40번째 생일을 맞이한 지금의 내가 10년 후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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