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샘 (I am Sam, 2001)을 보고
https://www.youtube.com/watch?v=2L5LCJYkmOo
얼마 전 영화 〈아이 엠 샘〉을 다시 보며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은 단순했다 샘은 좋은 아버지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어떤 아버지인가?
샘은 지적 능력이 일곱 살에 머문 아버지다 세상은 늘 그보다 빠르고 규칙은 복잡하며 기준은 냉정하다 하지만 루시를 부를 때만큼은 누구보다 다정하고 멋진 아버지이다 루시가 좋아하는 노래, 싫어하는 음식, 밤에 혼자 남겨졌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샘은 그것을 ‘배워서’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보며 몸에 새긴 사람이다
법원은 말한다 이 아이에게는 더 나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그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아이에게 환경은 중요하다
안정적인 수입, 보호자,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조건들 우리는 늘 그것을 사랑보다 앞에 둔다
영화는 조용히 묻는다 환경은 사랑을 대체할 수 있는가 루시는 자란다 아버지보다 똑똑해지는 순간을 스스로 알아차린다 그리고 일부러 모르는 척을 선택한다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아빠의 세계에 머물기 위해 그 장면에서 나는 오래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이는 보호받는 존재이기 전에 이미 많은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샘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충분한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나 역시 자주 멈춰 선다
양육비를 받기 위한 서류 한 장을 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직장 생활을 위해 그리고 아이를 키우기 위한 모든 것들을 몇 번이나 다시 생각하고 혹시 놓친 건 없는지 메모를 남기고 하나씩 천천히 해결하려고 한다
아이 앞에서는 늘 괜찮은 얼굴을 유지하지만 항상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무너지지는 않는다 다만 계속 버티고 있을 뿐이다
샘은 법정에서 말한다
“나는 완벽한 아빠는 아니지만, 내 딸을 사랑하는 방법은 안다.”
이 문장은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날카롭다 우리는 왜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사랑이 빠진 조건들로는 충분하다고 쉽게 결론 내릴까
영화의 마지막에서 루시는 다시 아빠의 집으로 돌아온다 이 장면이 제도를 부정하는 결말도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동화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는 선택한다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흔들리지 않기보다는 방향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구나
〈아이 엠 샘〉은 장애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부모의 자격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점수표인가, 통장 잔고인가, 사회적 기준인가, 아니면 아이의 시선인가
오늘도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내 선택이 아이의 내일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지 지금의 판단이 옳은지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내 아이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마 이런 생각은 7살의 지능을 가진 샘도 나와 똑같이 하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