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323)

방학 ing

by 시우
국밥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방학이 시작됐다


학기 중에는 아이가 돌봄 센터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지만 방학에는 센터 운영이 5시까지라 퇴근하면 늘 저녁 준비부터 해야 한다 학기 중에는 일이 조금 밀려도 밤에 정리할 여유가 있었는데 방학에는 설거지든 청소든 하루만 밀려도 다음 날이 바로 버겁다


회사 일도 많고, 아직 적응 중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늘 같은 의문이 따라온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맞게 하고 있는 걸까? 누가 시켜서라기보다는 아직 대체할 게 없으니 계속하고 있는 느낌에 가깝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들 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럴 바엔 그냥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종종 든다


그래도 공주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회사 회식 자리에 한 번 데려간 적이 있는데 직원들이 “아이 참 똘똘하게 잘 큰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양육비는 여전히 밀려 있다 이제 200만 원이 넘었다 법은 여전히 느리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사실이 답답하다


4학년이 되면서 공주의 용돈은 조금 올랐다 주말이면 손을 꼭 잡고 편의점에 가자고 나를 끌고 간다


"아빠 맛있는 거 사드릴게 편의점 같이 가요.”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공부보다는 게임을 책보다는 유튜브를 더 좋아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해 본다


올해는 덜 흔들리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는 내가 조금 불안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뭐라도 시도해봐야 하는데 정작 내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 기운을 빠지게 한다


막연하게 잘 될 거라는 기대보다는 무언가를 준비해서 실제로 바뀔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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