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할머니를 보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 같았던 할머니가 지난 4월 1일에 소천하셨다
마치 장국영처럼 만우절의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이별이었다 이른 새벽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회사에 연락을 한 뒤 서울로 향했다
어린 시절 나를 어머니처럼 키워주셨던 할머니 내 글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그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컸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부모님과 휴게소에서 만나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했다
“주무시다가 가신 거예요?”
“그랬다더라. 편하게 가신 것 같다고.”
그 이후로는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차 안은 조용했고 대신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을 가던 기억, 2층 주택 옥상에서 장난감을 만들어 던지던 날들, 대학생이 되어 방학마다 머물렀던 시간들,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는 3일장으로 진행됐다 공주는 할머니를 잘 기억하지 못했지만 친척들의 관심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나는 상복으로 갈아입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틀 동안 문상객을 맞이하고 인사를 하고 절을 했다 시간이 남을 때면 친척들과 술을 나누며 할머니와의 추억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할머니의 모습을 마주했다 운동을 하셔서 늘 크고 든든해 보이던 분이었는데 그날의 할머니는 너무나 작아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장례식장은 울음으로 가득 찼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할머니 손을 한참 동안 잡고 있었다 차가운 손이었지만
어릴 적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 손처럼 여전히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 순간에도 이게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이틀 동안 장례식장에 머물며 단 한 번이라도 꿈에 나와주길 바랐다 하지만 할머니는 오지 않으셨다 장손으로 영정사진을 들고 지방에 있는 묘지에 도착해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순간에도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온지도 모르게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 밥을 챙겨주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이불속에 누워 보냈다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아빠, 밖에 벚꽃 예쁘게 피었어. 나가자.”
그 말에 겨우 일어나 아이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점점 잊어갈 것이다 벌써부터 목소리가 흐릿하다 할머니는 어떤 목소리였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 목소리가 맞을까?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천천히 이야기해드릴게요
잘 살고 열심히 살다가 갈 테니 그때까지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할머니 많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