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
나는 다행히도 한부모 주거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편이 착잡하다
예전에 어른들이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가는 건 쉽지 않다.”
라고 했던 말이 이제야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남들과 비교하는 것을 싫어하고, 나름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왔다 하지만 ‘집’만큼은 오롯이 내 힘으로 이루어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마음이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새로 가야 할 집을 보고 온 뒤로 계속 생각이 맴돈다
대학 시절 첫 자취방처럼 작은 원룸은 아니고 그때처럼 지저분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빌라 꼭대기층 작은 창으로는 빛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에 문득 ‘나도 참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짐을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 새로 갈 집은 안방에 결로가 있어 보수를 해주시기로 했고 원래 한 달 안에 입주해야 하지만 그 일정도 조금은 여유를 주신다고 했다 정리를 하다 말고 공주에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공주야 우리 이사가 결정됐어 아마 다음 달쯤 갈 것 같은데 지금보다 조금 더 작은 집이야 방 크기도 줄어들고.”
“괜찮아요. 아빠랑 있으면 어디든 좋아요.”
“그래도… 나중에는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어 아빠가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조금만 더 고생하고 다시 더 좋은 집으로 가자.”
“네.”
짧은 대화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아마 3주 정도의 시간이 있을 것 같다 보수 일정이 잡히면 연락을 주신다고 했고 지금 집은 이미 부동산에 내놓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사람이 구해진 듯하다
다음 달 말까지는 이 집을 비워야 할 것 같다 약 6년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집을 천천히 둘러본다
잘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더 잘 살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중이다 도망이 아니라 도움닫기라고 믿고 싶다
이번만큼은 막연하게라도 괜찮아질 거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