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등은 아니지만, 중상위권은 유지하는 학생이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극강의 효율을 추구한다고 하면 좋게 포장한 것이고, 사실 공부는 하기 싫은데 어떻게든 요령을 피워서 성적은 잘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꽤 괜찮은 성적"이 기준이 되다 보니, 그건 삶의 태도로 굳어졌다.
나이가 들면서 삶의 난이도는 높아져가는데 내 태도가 바뀌지 않은 것은 큰일이었다.난 비상식적이지만, 가만히 있어도 언제나 그랬듯 괜찮은 성적을 거둘 줄 알았다.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 생각했다.그런데 세상은, 특히 학생 꼬리표를 뗀 사회에서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얘가 몰입하는지 대충 최소한의 것을 해서 낸 것인지는 결과물로 여실히 보였다.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 아인슈타인 <퓨처셀프> p.131
대충 때우며, 몰입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미래의 나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미래의 내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학교의 울타리에서 나온 지 꽤나 지난 20대 후반의 나이이지만, "다음 학년"이라는 이정표가 없는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방황했고 지금도 방황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게임에 뛰어들지 않고, 내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밖 관중 속에서 초조한 채로 구경만 했다. 경기장 밖 구경만 하는 삶은 편안하지만 초조하다. 경기장 안에서는 수차례의 경기가 펼쳐지며 계속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변화할 때가 온 것 같다. 더 이상 시간만 때우며 내 마지막 20대를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이 든 오늘 오전, 가지고 있던 노트 한 장을 북 찢어 내년 오늘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퓨처 셀프로 살겠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보다 현명하고, 내 퓨처 셀프는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상기시키고 내가 정말 원하는 퓨처 셀프에 집중했다. 그리고 퓨처 셀프를 그렸다.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될 것이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마음에 담고,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무턱 대고 뽑아주세요. 하지 않을 것이다.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지원할 것이다. 그래서 내 몫을 톡톡히 해내고 팀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글은 퓨처 셀프를 현재의 나로 끌어들이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나는 목표를 세웠고 몰입할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나니 무수한 방법들이 보인다. 나는 해낼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퓨처 셀프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