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by 싱글맘

휴게실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은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워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것의 자태에 반해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간의 얽힌 감정들을 마주하곤 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이었다. 나는 지금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애썼다. 이 노력과 수고를 통해 조금이나마 공익에 보탬이 될 거라 다독였다. 하지만 일에 연루된 소수의 개인들이 더 큰 이익을 볼 게 자명했다. 그게 나의 현실이었다. 그게 나의 미래가 될 것임을 직시하고 있었다.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고 누군가는 내게 성실하다 했다. 나는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누군가에 의해 열심히 소비되는 것에 불과했다. 운 좋게, 누군가를 소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간다면 지금의 나와 같은 성실한 젊은이들을 소비할 것이다. 나는 그들을 소비해 창출한 부를 회사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소비된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것이다. 그게 내가 선택한 미래였다.


현실은 그리도 팍팍한 것이기에, 늘 현실과는 다른 것들이 팔려나갔다. 연예인들의 외모는 현실적이지 않을수록 인기를 끌었고, 성형외과에서는 비현실적으로 큰 눈, 뾰족한 턱, 도톰한 입술들이 팔려나갔다. 아주 비싸거나 저렴한 물건을 파는 가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상냥한 서비스, 좀비가 뛰어다니는 영화, 높은 하이힐과 그것을 신고 걷는 키가 크고 마른 모델, 환상 문학과 구름 위를 나는 남자.


현실을 사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온갖 환상을 만들었다. 그 환상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 때로는 자신을 믿었던 사람을 배신하거나, 비열한 짓들을 저질렀다. 그들은 타인을 속였고, 자기 자신조차 속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잃었다.


그들은 환상을 만들어 번 돈으로 다른 누군가가 만든 환상을 사들였다. 그것들을 사면서 스스로의 현실을 잊는 것인지, 그 환상이 현실이라 믿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이 환상을 만들고 팔고 사들이는 사이, 그들의 삶도 저물어 갔다. 기만적 현실 속에서 내 삶도 조금은 환상에 가깝길 바랬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에 환장했다. 그 이야기를 신화나 전설이라 했고, 그들이 만든 물건과 이야기와 이미지를 사들였다. 환상과 현실, 그리고 현실과 환상. 그 둘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둘을 잇는 길이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향하는 길, 우연히 고개를 들었을 때 강 건너편에서 빛나는 회사 건물을 마주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신기루처럼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