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결핍은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든다. 풀벌레들이 가장 연한 잎사귀부터 갉아먹듯, 나약한 새끼들이 늘 사냥감이 되듯 말이다.
화살 하나가 나약한 곳을 찌르고, 나는 조각조각 부서진다. 여기저기 흩뿌려진 조각들을 주어 담다 보면 손은 어느새 피투성이였다. 어느덧 날은 어둑해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손을 대충 닦고는 방에 들어와 파편들을 맞추어보았다. 그것은 어김없이 8년 전 그날의 장면이었다.
부서진 나는, 8년 전의 나로 돌아갔다. 8년 전의 나처럼 그에게 갑자기 연락을 해서 불러내고는, 그때처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혼자 정신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8년 전의 나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때처럼 불안해하고 스스로를 탓했다.
그런 나의 모습은 마주 앉아 있는 그의 틈을 파고들고, 그는 점점 허물어진다. 내일이 되면 그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조립될 테지만,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 어딘가에 그 작은 틈이 남아있는 한 계속 나를 보러 올 것이다.
늘 그렇듯, 산만한 작별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탄다. 방으로 돌아와 잔을 채우고는 다시 조각들을 맞추어보다 조각들 사이의 빈틈을 바라보면 더 불안해진다. 급한 마음에 맨발로 뛰쳐나온다. 이미 다른 것들과 한데 섞이거나 행인들에게 밟혀 으스러진 파편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비슷해 보이는 것들을 마구 주워 담고는 집으로 들어온다.
가방을 뒤집어 다시 주워온 것들을 바닥에 쏟아버린다. 그리고는 맞는 조각이 있는지 이리 대고, 저리 대며 맞추어본다. 행여나 비슷한 모양을 찾으면 어떻게든 맞추어 보려고 하지만…….
다시 거리로 나가 남은 조각들을 찾아 헤맨다. 한참을 헤매다 보면, 어느덧 날이 밝아온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한다. 잠을 도통 자지 못한 탓에 하루 종일 피로감에 시달린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조각 같은 것은 잊어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부서진다. 조각들을 주워 담고 집으로 돌아와 피투성이의 손으로 조각들을 맞춰본다. 다시 8년 전 그날의 장면을 마주한다. 불안해하고 자책한다. 빈 조각들을 찾아 거리를 헤맨다.
오늘도 세 번째였다. 아무리 같은 순간들을 되뇌어도, 잃어버린 그것들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