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과 마음은 작은 철창에 갇혀있었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커지거나 움직이려고 할 때, 철창에 박힌 가시들은 내 품을 파고들었다. 생채기로 스며드는 고통이 두려워 나는 철창 안에 잠자코 있었다.
철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끝내는 지독한 소음으로 바뀌곤 했다. 어둠이 오면 벌모기떼가 틈 사이로 들어와 밤새 귓전을 맴돌았다. 멩멩거리는 소리 뒤로 환영이 보였다. 검은 환영 속을 떠돌다 보면 저 멀리 황금빛의 오아시스가 보였다. 발을 내딛는 순간 잿빛 잔영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철창의 밤은 나를 기만하고, 나는 거짓 영감에 열광했다.
어느 날, 밤의 바람이 작은 희망의 씨앗을 날려 보내고, 100일 동안 달빛을 받은 씨앗은 자그마한 싹을 틔었다.
은은히 빛나는 새싹을 보며, 이번에는 기필코 철창 밖으로 나갈 발칙한 계획을 세운다. 무언가를 끄적이느라 잠시 보지 못했던 씨앗이 그새 자랐다고 생각하며, 행복한 단잠에 빠진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나의 계획이 완벽한지, 빠뜨린 것은 없는지, 가시들에겐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빼낸 가시는 어디에 버려야 할지를 생각한다. 완벽한 계획에 감탄하고 흥분하고 수십 번의 가상 예행연습 사이를 도돌이표처럼 맴돈다.
태양이 떠오르면 밤을 지새운 나는 이미 모든 것이 귀찮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생채기가 욱신욱신하고, 나는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 멍한 얼굴로 뜨거운 햇볕에 스러지는 새싹을 잠자코 지켜본다.
철창, 틈, 강박, 불안, 밤, 계획, 태양
이들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그것은 죽음으로 가는 기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