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증후군,
내가 이 업계에 발을 들이기도 전부터 들었던 말이었다.
취업설명회에서, 업을 소개하는 책에서, 먼저 일을 시작한 친구에게서, 번아웃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었다.
입사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의 선배와 동료들로부터, 나보다 먼저 일을 시작했지만 업계를 떠난 친구에게서. 늘 번아웃이 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 번 오면 업계를 떠나지 않고서는 잘 회복되지 않는다는 말. 그렇게 떠난 사람이 많다는 말. 그런 말들.
워낙 야근과 밤샘근무가 잦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었다. 일을 하다 하다 지쳐버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예전과 달리 하루 종일 TV 앞에 누워 멍 때리는 내 모습을 보며,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번아웃, 그것은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사소한 것에, 짜증이 난다거나, 생각만으로도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잠들기 전 생각과 화를 멈출 수 없는 것. 나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상대가 알아차릴 정도로 얼굴 표정이 변하거나 말투에서 드러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그런 모습들은 처음 사회생활을 했을 때, 내가 가장 닮고 싶지 않았던 상사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화가 났고, 그것은 곧 두통과 울렁증이 되었다.
가장 화가 난 것은, 끊임없이 들려오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내가 믿었던 사람들은 결국 거짓말을 노골적으로 하거나 우회적으로 하는 사람, 뒤늦게 거짓말했던 것을 알려주는 사람,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진실을 숨기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을 식별하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우선 내뱉은 말의 진위 여부가 밝혀져야 하며, 그 말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그 목적을 달성했을 때 그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애초에 회사에서 신뢰나 믿음 같은 것을 바란 게 미련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회사와 사회는 이해관계로 엮인 이들이 콩고물을 쪼아 먹기 위해 서로 밀치기도, 편을 먹기도, 뒤에서 공격하기도, 남의 것을 재빨리 가로채 저 멀리 날아가기도 하는 곳이었다.
나는 너무 쉽게 믿음을 주었다. 나의 진심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이용당하고 소비된다. 그걸 알게 되고, 그래서 뭐든 진심을 다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진심을 잃어간다. 마음을 잃는다.
번아웃, 그것은 나의 진심이 모두 소비된 후 어떠한 열정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는 상태의 껍데기를 말했다.
그 껍데기에 달린 눈은 공허한 하늘과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