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3월 5일 시작된다.
현존하는 야구 국가 대항전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라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3월 5일 시작된다. 한국은 증명해야 하고, 미국은 왕좌를 되찾으려 한다. 그리고 일본은 ‘백투백(Back to Back)’ 우승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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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정상 탈환을 앞둔 라커룸, 한 선수가 동료들을 모아두고 말했다. “오늘만큼은 미국 선수들을 동경하는 것을 그만두자.” 1루수는 폴 골드슈밋, 중견수는 마이크 트라우트, 외야수는 무키 베츠. 야구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들어 봤을 이름이다. 그렇지만 대단한 선수들을 동경만 해서는 절대 넘어설 수 없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이들을 넘어섰다. 그냥 우승도 아니다. 대회 ‘전승 우승’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투수와 야수, 2가지 포지션을 완벽하게 해내는 이도류(二刀流), 만화 주인공 못지 않은 서사로 전 세계 야구 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오타니 쇼헤이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은 오타니로 시작해 오타니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승의 순간, 그 팀의 아이콘인 투수가 마지막 이닝을 정리하러 올라오는 건 야구라는 스포츠의 낭만이라고 꼽힌다. 그래서일까. 오타니도 9회 초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완성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운명의 장난처럼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당시 팀 메이트였던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우트. 두 선수의 사상 첫 맞대결은 오타니의 승으로 끝났고, 일본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미국은 다시 왕좌를 탈환하고자 이를 갈았다. 현역 최고의 선수들을 전면으로 내세워 전력을 강화한 것. 빅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 소속 애런 저지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고, 칼 롤리, 브라이스 하퍼 등 이름만 들어도 야구 팬들의 마음을 웅장하게 하는 선수들이 한 팀으로 뭉쳤다. 이게 끝이 아니다. MLB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수상한 타릭 스쿠발과 폴 스킨스도 참가해 마운드를 단단하게 지킬예정이다. 원 팀으로 팀을 이끌 정신적 지주도 빠질 수 없다. 지난 시즌 이후 은퇴를 선언한 메이저리그의 리빙 레전드 클레이턴 커쇼도 미국 국가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여한다. ‘별들의 잔치’라는 뻔한 표현이지만 이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도 백투백 우승을 노리는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2025시즌 LA 다저스의 백투백 우승을 완성한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 쇼 헤이를 비롯, 요시다 마사타카,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 현역 빅 리거가 다수 발탁됐다. 그 외에도 지난 대회 함께 우승을 이끈 ‘정예 멤버’를 다시 모아 특유의 조직력과 위닝 멘탈리티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다. 단순한 스타 집합이 아니라 국제대회 경험과 세대 간 균형을 앞세운 ‘완성형 전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투수력과 디테일한 야구를 강점으로 삼아온 만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도 이번 대회에서 그냥 물러설 생각이 없다. 2009년 준우승 이후 줄곧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팀 코리아. 지난 대회들과 다르게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 평가전, 1차 캠프 소집 등 꾸준히 합을 맞추며, 이번에는 반드시 본선이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경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대회 주장은 국내파와 해외파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다.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해외파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내파가 유기적으로 호흡해야 하는 만큼 이정후의 존재감은 상징적이다. 여기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타자 김도영과 지난 시즌 폭발적인 성장세로 이름을 알린 신인왕 안현민도 중심 타선의 한 축으로 기대를 모은다. 과연 빅 리그 경험을 지닌 해외파와 리그 정상급 기량을 갖춘 국내파가 한 팀으로 응집할 수 있을지, 그 시너지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변수이자 기대 포인트다.
타이완 또한 이 대회에 진심이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만큼이나 최근 야구 국가 대항전에서 타이완 대표팀에 발목이 잡혀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문장을 보고 예전에 야구를 즐기던 ‘올드 팬’들은 분노할지도 모른다. 야구에 진심인 에디터의 알고리즘에 자주 등장하는 야구 올드 팬의 아이콘, 인천 야구에 진심인 방송인 김구라의 말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아니 우리가 언제 타이완을 보고 야구했어?” 그렇다. 세월이 흐른 만큼 국제 대회에서 타이완의 위상도 달라졌다. 야구 세계 랭킹 순위도 우리나라, 미국보다 위다. 한국은 4위이며, 1위는 예상대로 일본이다. (미국의 경우 WBC를 제외하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참여도가 낮아 순위가 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타이완이 2위를 차지한 건 놀라운 수치다.) 이런 이유로 냉정하게 이야기했을 때 일본이 아닌 ‘타이완’을 조별리그에서 완벽하게 잡는 것이 1라운드를 통과할 전략이다. 여러 전문가가 입을 모아 일본전이 아닌 타이완전에 풀 전력을 쏟아부어 그 경기를 이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KBO 팬들의 시선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조별리그에서 각 조 2위 안에 들어야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지만, 일본과 타이완 등 만만치 않은 상대와 한 조에 묶였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은 여정이다. 이럴 때마다 늘 따라붙는 말은 ‘경우의 수’. 경우의 수를 따지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염원하지만 기적은 일어나기도 또 좌절을 맛보게 하기도 한다. 스포츠에서 예상처럼 흘러가는 경기는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회 말 투 아웃, 단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를 뒤집는 역전 홈런이 현실이 되는 것이 야구 경기니까. 흐름 하나, 수비 하나, 교체 카드 하나가 모든 판도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기대한다. 예상을 깨는 한 장면을 말이다. 결국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다. 어떤 결과를 이뤄낼지, 그 답은 그라운드 위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3월 5일, 이 여정의 시작을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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