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모델은 정말 AI로 대체될까?
패션 모델은 정말 AI로 대체될까?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 포토그래퍼, 에디터까지 지금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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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계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AI 이미지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짜라면 어디까지 진짜인지 알쏭달쏭한 화보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며칠 전 동료 에디터가 단체 DM방에 올린 피치올리의 발렌시아가 캠페인 이미지도 그중 하나였다. 이는 실제 캠페인이 아니라 AI 아티스트 릭딕(Rickdick)이 해당 브랜드의 컬렉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작업물이다.
H&M은 조지아 출신 모델 마틸다 그바를리아니를 포함해 실제 모델 30명의 ‘AI 쌍둥이’를 제작했다.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피부 질감, 표정까지 정밀하게 구현한 디지털 트윈으로, AI 모델의 사용권을 브랜드가 아닌 실제 모델에게 부여해 화제를 모았다. 경쟁사 자라도 곧바로 유사한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는 모델의 쌍둥이를 만든 뒤 AI로 의상을 생성해 기존 촬영 이미지에 입히는 방식으로 화보 제작을 실험 중이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경이로운 한편 두렵기도 하다. 패션 매거진에서 일하는 에디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2016년에 이뤄진 흥미로운 직업 통계를 발견했다. 미국 뱅크오브 아메리카(BOA)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26년 로봇이 대체할 직업으로 모델, 경기 심판, 택시 기사를 언급했다. 현 상황과 적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대 인플루언서 시대, 패션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인플루언서의 브랜드가 각광받고, 심지어 전통적인 패션모델보다는 인플루언서 모델을 고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한데 이제는 이를 넘어 AI가 모델을 대체한다고 하니, 아니 그렇게 됐으니 이것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지 궁금해졌다. 실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AI 모델에 대한 현주소를 물어봤다. 모델 A는 어떤 잡지를 펼쳐도 매달 얼굴이 등장하는 베테랑 현역이다. 그는 최근 촬영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공유했다.
현장에서 한 관계자로부터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여러 각도의 셀카를 요청받았다는 것이다. 며칠 뒤 전달받은 결과 이미지는 예상보다 정교했다. 실제 촬영하지 않은 화보에 자신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합성돼 있었다. 헤어라인, 얼굴의 미세한 비대칭, 체형의 비율까지 실제와 거의 흡사했다.
“처음엔 재미있는 실험 정도로 생각했는데, 완성도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진짜 제가 찍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AI 모델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특히 망고 (Mango)가 AI 모델을 활용한 캠페인을 공개했다는 뉴스를 보고 찾아봤는데, 꽤 자연스럽더라고요.” 이제 AI는 실제 사람이 봐도 어색하지 않은 영역에 다다랐다. “솔직히 지난 해 지브리풍 AI 이미지가 한창 유행했을 때만 해도 유쾌한 트렌드 정도로 받아들였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한데 직접 경험해보니 다른 거예요. 기술이 더 발전하면 제 직업과 밀접한 지점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느껴요.”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 B는 최근 들어 문의 내용의 변화를 체감했다. 이전에는 모델 섭외와 스케줄, 콘셉트 이야기가 주였다면, 이제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늘었다는 것. “기존 모델 컷을 AI로 변환할 수 있는지, 정지 이미지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지 같은 문의를 종종 받아요. 또 광고 예산을 줄이려는 분위기 속에서 AI 모델 활용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대체’보다는 ‘보조’에 가깝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AI가 모델을 대체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는 아닌 듯해요. 적어도 제가 일하는 범위 안에서는요. 특히 촬영 현장에서 요구되는 표현력이나 즉흥적인 대응 능력은 여전히 인간 모델이 가진 강점이라고 봐요. 다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AI 모델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달까요.”
AI를 활용하는 포토그래퍼로 유명해진 C는 창작의 측면에서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뉘앙스를 비쳤다. “AI를 사용해서 화보를 제작한다고 예를 들었을 때, 실제 모델에게 가짜 옷을 만들어서 입히는 것보다 AI 모델을 정교하게 만들어서 거기에 처음부터 만드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요.” 실제 모델보다 AI 모델이 실존하는 내 두 눈으로 보았을 때 더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흔히 AI를 활용한다고 하면, 인간과 어떻게 조합할지 즉, AI를 보조의 역할로 생각해서 툴로 쓰려고 하는데 창작의 측면에서는 비용적으로도 작업의 완성도에서도 AI만 온전히 사용하는 게 더 편하고 좋습니다.”
반면 포토그래퍼 D는 이렇게 말한다. “사담에 가까울 수도 있겠는데, 솔직히 거부감이 더 커요. 실제 움직이는 사람의 몸짓이랑 깜빡이는 눈동자랑 그 인물과 사진가인 저 사이의 팽팽한 기운까지 그 현장의 분위기 자체로만 뽑아낼 수 있는 결과물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데 실존하지 않는 배경을 합성하는 것이 아닌, 북극이나 사막처럼 실제 있는 곳을 AI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게 가끔은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합니다.” 패션 에디터 E도 비슷한 의견이다. “왜 1~2년 전쯤에 엄청 핫해서 팔로어도 많고 브랜드 광고도 찍고 그랬던 AI 모델 기억하세요? 지금 쏙 들어갔잖아요. 물론 그때랑 지금이랑 기술력이 다르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도파민 시대에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는데 AI 모델은 즉각적인 피드백 수용이 불가하잖아요. 만약 눈매가 잘못됐다고 가정하면 그걸 수정하고 반영해 게시글을 올리기까지 그래도 시간이 걸릴 거 아닌지. 실제 사람이 라면 눈 조금 크게 떠달라고 말하면 바로 듣고 반영하는데 말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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