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이름으로 더 멀리 갈 여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
F♥R HER.
삶을 기꺼이 내주고 싶은 여자들이 있다.
날 먹이고, 재우고, 키우고, 성장시킨 여자들.
여성의 달, ‘우리’라는 이름으로 더 멀리 갈 여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을 <싱글즈> 편집팀이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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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선물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조금 다르게 믿고 싶다. 신발이 떠남을 의미한다면, 그것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언니에게 신발을 선물하고 싶다. 낯선 길을 걸으며 더 멋진 순간들을 만나고, 지금보다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돌아오는 날, 언니가 들려줄 여행의 조각들을 함께 맞춰보고 싶다. 떠남이 끝이 아닌, 다시 돌아올 이유가 되길 바라며.
지난 명절에 꺼내 본 20년 전 사진 꾸러미 속에는 당시 잘나가는 브랜드의 제품들로 온몸을 휘감고 있던 아가씨 이상희가 서 있었다. ‘이땐 메이커 아니면 안 입었어’라는 말과 함께 봤던 낡은 사진 속 엄마는 패션을 사랑했다. 그런 이상희는 지난 30년간 자식 둘을 키우고 매일 회사로 출근하는 남편을 챙기기 위해 ‘소녀 이상희’는 저 멀리 내려두고 ‘엄마, 그리고 아내 이상희’로 살았다.
강인함, 단단함, 인내심, 대담함, 견고함… 이 세상의 모든 단단함을 의미하는 단어들을 다 수식해도 엄마 이상희의 단단함을 담을 수 없다. 현실과 타협하느라 포기한 것들이 너무 많은 이상희에게 다시 패션을 사랑했던 소녀 이상희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질리지 않을 보테가 베네타 안디아모 백을 선물하고 싶다.
대학 후배이자 친자매처럼 지내는 동생이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요즘 갖고 싶은 옷 있니?” “언니 나 코트 사야 해. 최애 코트가 다 죽었어!” 그녀가 보여준 코트는 확실히 망가져 있었다. 이 옷이 왜 최애인지도 물어봤다. 최애 코트를 입고 간 해외여행, 지금의 썸남과의 첫 만남, 애정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단순히 새 코트를 선물하는 것이 아닌 그녀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의 새로운 첫 단추를 선물하고 싶어졌다.
“아빠는 왜 나만 예뻐해?”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본 적 없는 무뚝뚝한 두 언니 대신, 그녀는 뚱한 표정과는 상반되는 애교와 당돌한 언행으로 우리 가족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 딸 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난 숙명으로 언니들의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했던 그녀가 3월의 신부가 된다니!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건 우리 가족과의 시간으로 채워진 동생의 세계에 또 다른 시간이 생겨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간을 더 행복하게 채워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제품을 골랐다. 행복을 바라는 마음 사이, 조금 유난스러운 언니들과의 시간도 잊지 말아달라는 의미를 숨겨서 말이다.
할머니께 드린 첫 선물은 토리버치 스카프였다(선물이 진심과 동의어라는 가정하에). 첫 취업 기념으로 그의 생일 선물을 골라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는 핑크빛이 도는 스카프를 보고 미소를 띠는가 했지만, 곧바로 “이런 걸 왜 사 오냐”며 성을 냈다. 그날 이후 다시는 선물 따위 사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할머니 집을 박차고 나왔다. 며칠 뒤, 택시 안에서 술김에 ‘할머니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라고 말하며 울었던 걸 생각하면 꽤 서운했던 것 같다. 요즘도 백화점에서 스카프를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 어쩌면 그를 잘 몰랐던 건 아닐까. 할머니는 모자를 좋아했으니 말이다. 얼굴이 작아 모자가 참 잘 어울렸던 그를 추억하며 다시 선물을 골랐다. 어때, 이번에는 바꾸라고 말 못하겠지?
재수를 해본 사람은 알 거다. 1년이라는 시간이 사람을 얼마나 피 말리게 하는지. 평소에는 극 F지만 동생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T가 되는 나는 재수를 해봤다는 이유로 그의 재수 선언에 한마디를 얹었다. 1년을 더해봤자 드라마틱한 결과가 있지 않을 거라고.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상처받은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년이 지난 지금, 늦었지만 고해성사(?)를 해본다. 이 책이 나올 때쯤이면 합격자 발표가 떴을 테다. 비록 재수의 시작은 응원해주지 못했지만 합격 소식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길 바라며 골랐다. 새 학교, 새 친구를 만나 새 신을 신고 팔짝 뛰어오르길! 최애와의 커플템이라는 자랑도 함께 덧붙이면서.
패션 브랜드 오브제 디자이너에 이어 SK네트웍스를 거치며 화려한 패션계 이력을 가져온 그녀를 만난 건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다. 별 잘 드는 지붕 아래서 담배를 나눠 피우던, 고양이를 사랑하고, 옷을 너무 좋아해 아파트 전세금에 버금가는 금액을 쇼핑에 쓸 정도였지만 이젠 너무 많이 입어봐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로 노선을 바꿨다며 늘 화이트 셔츠에 청바지를 고수하던 그녀. 나지막하지만 환한 웃음과 불의는 못 참지만 후배들에겐 늘 관대했던 사람. 갑작스레 접한 그녀의 부고는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었다. 3년이 흐른 지금, 하늘에서도 늘 평안하길 빌며.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화이트 셔츠를 바친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싱글즈>의 리더, 우리 편집장님은 패셔니스타다. 패션 매거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뛰어난 센스를 보유한 그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단 하나의 가방만 고수한다는 것. 사카이, 오토링거 등 쉽게 소화하지 못할 다채로운 옷에 비해 가방은 오직 샤넬의 미니 폰 파우치만 메고 다니신다. 구조적인 걸 좋아하는 편집장님께 모던 패션의 지표인 알라이아의 미학이 찰떡같이 어울릴 게 안 봐도 훤하다. ‘하트’ 모양이 주는 명랑한 느낌마저 그의 퍼스널리티와 꼭 닮았다.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정교한 하트 가방이 편집팀에게 한결같이 애정을 쏟는 편집장님의 마음과 무척이나 닮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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