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아니 독보적인. 'JIYONG KIM'이라는 유일무이한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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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실장님이랑 무척 친하던데요.
네. 오랜만에 봐서 좋더라고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예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하며 돈도 없고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고, 운영하는 방법도 몰라서 헤맬 때 한 모델 친구에게 고민을 상담한 적이 있어요. 이렇고, 저래서 힘들다고요. 그때 그 친구가 박정우 실장님을 연결해주면서 인연이 시작됐죠. 인연이 깊네요. 그래서 사진이 잘 나왔나 봐요. 자연스럽게. 하하.
축하할 일이 많던데요. 최근에 아이가 태어났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기는 건 삶의 큰 변화이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결혼을 해서 배우자가 생기는 것과 또 다르더라고요. 요즘은 가족, 그리고 아이 위주로 생각하며 살아서 이전과 삶이 180도 변했어요. 집 가는 길이 너무 설레고, 두근대고 그렇네요. 약속도 거의 안 잡아요.
큰 안정감이 들죠?
네. 저는 언제나 꿈이 우선순위인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가족을 위해서도 열심히 살고 싶어요. 결혼하고 일도 더욱 안정적으로 잘되고요.
불과 3년 사이에 많은 게 변했을 것 같아요. 바빠진 거 실감해요?
네. 근데 확 바빠진 게 아니라 천천히 계속 바빠지고 있어서 좋아요. 팀과 함께 서서히 적응할 수 있달까요?
제20회 SFDF 수상도 축하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석권했어요. 파이널 리스트에 선정된 걸로 치면 3년째고요. 이젠 지용킴이 하나의 유일무이한 장르가 됐다고 느껴요.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점이 통한 것 같아요?
독창적, 그리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는 것. 또 브랜드가 매해 더 발전하고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통했다고 생각해요.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만 하더라도 여러 협업부터 전시까지 다양한 비전을 보였거든요. SFDF는 우승하면 다음 해에 자동으로 지원이 돼요. 그렇기 때문에 작년 우승 후 올해를 위해 미리 준비 과정을 거쳤어요. SFDF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유튜브 채널에서 “요즘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한 모습을 봤는데, 공감했어요. 그래서 지용킴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 했죠.
어떻게요?
동료 디자이너들과 늘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이 피스가 정말 필요할까?”거든요. 우리 브랜드와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옷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브랜드니까 개수 채우기처럼 상업성만을 위해 만드는 옷이라면 거기서부터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고민이 자연스레 브랜드의 방향성에 반영이 됐고요. 유일무이하다는 말이 좋네요. 잘 알아봐주셔서 감사해요.
지용킴의 브랜드 가치나 철학에 대해 듣고 싶어요.
지용킴은 어떠한 것도 벤치마킹하고 있지 않아요. 제가 생각할 때 중요한 가치는 여태까지 없었던 것을 선보이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방식대로 풀어가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절대적 기준이 필요한데, 그게 그냥 제 눈이더라고요.
멋있네요. 이렇게 진중하고, 꼼꼼하니 잘됐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전 준비성이 굉장히 철저한 편이에요. 지금은 지용킴이 많은 숍에 바잉돼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바이어들이 수시로 의문점을 제시했어요. 날씨의 큰 영향을 받고,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 선 블리치 기법을 밀고 나가면 딜리버리 윈도를 지키기 어려울 거라고요. 하지만 무조건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했죠. S/S 시즌은 1월부터 3월 말까지 납품을 하는데 우리 팀은 1월 안에 다 보내요. 지용킴 팀이 우리의 가치를 잘 지켜가고 있어요.
지금 대답이 이유 있는 자존감처럼 느껴져요.
그만큼 저와 제 팀이 진심으로 일을 하니까요. 옷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부품부터 패치, 디자인 모든 것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컨펌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브랜드가 지속될 수 없더라고요.
디자이너 김지용은 일을 일로 대하는 편이에요?
사실 일은 일로 대해야 하지만, 저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게 아니면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니까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할 때 어떤 제한이 있더라도 재밌어요.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뽑는 과정조차 즐겁게 느껴져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네. 이해가 안되면 잘 못했어요. 그래서 누구도 제가 지금처럼 이렇게 주목받을 줄 몰랐을 거예요. 하하하.
문득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늘 옷 보러 다니고, 스타일링하고, 리메이크해서 입고 막 그랬어요. 중학생 때부터 옷을 정말 좋아했고. 옷밖에 몰랐죠.
왜 좋았던 것 같아요?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브랜드를 시작하고, 패션을 업으로 삼으면서 정확히 느껴요. 어머니가 제가 정말 어렸을 때부터 옷 가게를 하셨어요. 어머니가 “지용아 물건 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라고 물을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고요. 따지고 보면 어머니가 그 옷들을 ‘바잉’한 거잖아요. 좋아하는 걸 찾아다니고, 그걸 판매로 잇고. 그 과정을 어릴 때부터 가까이에서 보고 자랐던 거죠. 이게 지금의 절 만든 큰 뿌리라고 생각해요.
빈티지를 좋아하는 내력도 여기서 비롯된 것 같은데.
네. 빈티지 모으는 게 제 삶의 낙이었어요. 영국과 파리에 살 때도 주말이면 늘 벼룩시장이나 빈티지 마켓을 쏘다녔고요. 좋아하는 걸 사 모으는 취미가 굳혀지고, 이것이 브랜드 오픈으로까지 이어졌네요. 사실 시그니처인 선 블리치 기법도 재래시장에서 발견하기 쉬운 요소거든요.
말 나온 김에 지금 선 블리치는 더욱 업그레이드됐다고 느껴요. 꾸준히 실험과 개발을거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러한 시도가 이번 컬렉션에는 어떻게 반영됐어요?
2025 S/S 시즌에 새롭게 선보인 시도가 있는데요. 브랜드 초기 옛날 라벨에서 영감을 얻어 컬렉션에 반영한 거예요. 그때는 염색이나 가공을 거치지 않은 생지 원단에 스탬프를 찍어 라벨을 만들었는데, 그 원단에 선 블리치를 가하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이미 색이 거의 없는 원단도 시간이 지나니 황변하는 게 인상적이어서 컬렉션에 녹여냈죠.
지용킴이 생각하는 잘 만든, 좋은 옷은 뭐예요?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옷이요. 우선 디자인의 창의성이 설득력을 갖추려면 디테일과 기능성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용킴을 예로 들자면 단추의 위치, 개수, 크기, 단추 사이의 미묘한 간격까지 사소한 디테일을 전부 계산해요. 옷을 만들 때 전부 다 입어보고,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느껴지면 바로 수정 과정을 거치죠. 그런 옷이 잘 만든, 좋은 옷이라고 생각하고요.
디자인을 볼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옳음이 디자이너의 취향이고, 그 취향이 컬렉션이 된다고 했어요. 현재 지용킴의 취향이 궁금해요.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거요. 2023 S/S나 A/W까지만 해도 스타일링을 할 때 좀 과하게 하는 룩들이 있었는데, 전보다 많이 담백해졌어요. 제가 보는 이상향이 좀 달라졌나 봐요.
매체에 노출된 인터뷰를 쭉 읽으면서 디자이너 김지용이 가장 마음에 품고 사는 가치는 ‘오리지널리티’일 수도 있겠다고 추측했어요. 어때요? 지금까지 없었던 걸 창조하는 디자이너이자 팀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영국에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다니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학교에서 가르친 게 아니라, 저 스스로 탐구했던 공부요. 입시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때도 누군가의 작업물이나 사진을 참고하지도, 쓰지도 않았어요.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한 주제를 가지고 직접 촬영하고 그 촬영물에서 시작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실험하고, 결과물을 만들고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패션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기억해요?
네. 패션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서 잘할 수 있겠다고 처음 느꼈을 때, 온전히 사랑에 빠졌어요. 옷을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일본 문화복장학원에 진학했는데요. 막상 공부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거랑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이 길이 아닌가?’ 반문하며 군에 입대했어요. 전역하고는 그래도 졸업까지만 해보자고 결심하고, 매일 수없이 많은 옷을 디자인하고, 봉제하며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잘하고 있더라고요.
큰 터닝 포인트가 됐겠네요.
네. 원래는 재학 중이던 학교의 대학원 과정을 거치려 했는데, 센트럴 세인트 마틴 진학을 결심하고 2년 만에 빠르게 졸업했어요. 졸업 작품 쇼는 한 반에 5명의 피스가 하나씩 올라가곤 했는데, 학생들끼리 작품 투표를 거쳤거든요. 제 옷만 5피스가 선정됐어요. 이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됐죠. 그 길로 영국에 갔고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진학 과정은 어땠어요?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웃음) 입학 포트폴리오 준비할 때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밖에도 안 나가고 미싱이랑 책상만 놓고 1년간 옷만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한 번 떨어졌거든요. 하하. 센트럴 세인트 마틴은 파운데이션 코스와 학사 편입이 있는데, 이미 2년을 공부한 상태라 편입으로 들어가려고 해서 더 어려웠나 봐요.
영국에서의 일화를 조금 더 들려주세요.
문화복장학원에서 여성복을 전공했던 것과 달리 남성복을 처음 다루니 새롭기도 하고 제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서 더 재밌었어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다닐 때는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곳에 있는 책이란 책은 전부 찾아서 봤죠. 또 방학 때는 파리에 가서 늘 일하려고 했고요.
르메르나 루이 비통 디자이너의 어시스턴트 경험도 그렇게 시작한 거예요?
네. 학교에서 샌드위치 과정이라고, 1년 동안 ‘갭 이어’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어요. 그걸 적극 활용했죠.
크리스토프 르메르나 버질 아블로. 두 전설적인 인물과 부대끼며 일했는데, 어땠어요?
르메르에서 일할 때는 정말 소수의 인원만 있었어요. 남성복 디자인팀 자체가 저까지 셋이었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씩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디자인 회의를 했죠. 회의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으면 집에 가서까지 해결해오고 그랬어요. 집에서 수작업으로 되지도 않는 종이 목업을 떠서 출근하자마자 아틀리에 가서 봉제하고. 그가 오면 바로 보여주고요. 그렇게 통과된 것도 많았어요.(웃음)
처음 만들었던 옷도 기억나요?
학생일 때 만든 거요, 아니면 지용킴스러운 옷이요? 전자면 일본 문화복장학원 다닐 때 만든 스커트인데 보관하고 있죠. 제가 할 수 있는 걸 전부 한 레이어드 스커트예요.(웃음) 후자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작품이요. 제 브랜드의첫 단추였기에 잘 보관하고 있고요.
누군가 지용킴의 옷을 입고 있는 걸 마주치는 것만큼 설레는 게 없다고요.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어요?
브랜드 시작 후 일본에 살 적에 자주 가던 빈티지 숍에 들른 적이 있어요. 그때 매장 직원분께서 절 알아보시고, 진짜 팬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넘어갔는데, 곱씹어보니 그분이 지용킴 완전 초창기 때 팬츠랑, 룩북에 함께 스타일링했던 신발을 신고 있었던 거예요. 특히 신발은 브랜드도 아니고, 구하기도 힘든 건데 옷을 정말 좋아하시나 보다 생각했죠. 그리고 그날 DM이 왔어요. 행어 사진을 보내셨는데, 다 지용킴 옷인 거예요. 전 매장을 찍어서 보낸 건 줄 알았어요. 정말 감동이더라고요.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없는데 존경하는 옷이 많다는 말 너무 멋있던데요. 지금 생각나는 애착 옷이 있다면?
너무 많은데..(생각에 잠긴다) 아! 미군 아노락인데요. 설상 부대에 지급됐던 제품이라 군복인데 흰색이에요. 눈 속에서 카무플라주가 돼야 하니까. 저랑도 잘 어울리고 디테일도 예뻐서 이 옷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10년 넘게 갖고 있는 옷이기도 했고. 팬데믹 때 런던을 계속 못 가다가 가게 되자마자 창고에서 이 옷을 꺼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 ‘Missed you a lot’ 코멘트도 달고요. 하하.
그럼 말 나온 김에 오늘 룩 소개해줄 수 있어요? 뭘 입고 올지 궁금했어요.
사실 제 브랜드 옷만 입고 다니는데.(웃음) 재킷은 트위드 소재로 만든 트러커인데 선 블리치가 강하고 불규칙하게 들어간 게 포인트예요. 정말 애정하는 피스고. 바지는 빈티지 칼하트, 신발은 어그요. 겨울에는 따뜻한 게 최고니까. 흐흐.
새로 오픈할 공간도 너무 기대돼요. 작년 SFDF 수상을 계기로 팀원 확충을 거치며 현재는 플래그십 스토어 개설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죠. 지용킴의 옷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만으로 좋은데,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찾아서 오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유동 인구가 많거나 지용킴을 모르는 사람들이 우연히 간판을 보고 들어와서 우리를 알게 되는 공간보다는, 원래 알던 분들이 오셔서 더 찬찬히 살펴보고 경험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 위치는 비밀이죠? 조금만 더 스포 가능한가요?
서울의 어느 뒷골목인데 막다른 길이에요. 유동 인구가 거의 없고 찾아오기 힘든, 재밌는 곳이랍니다.
지용킴은 컬렉션도 전시로 소개하는 브랜드잖아요. 원단과 패턴 등 디테일을 시간 들여 뜯어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는 걸 아는 것처럼요. 패션뿐만 아니라 설치미술과 아트워크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섬세한 면이 새로운 공간에도 반영될 것 같은데.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우선 담백하게 꾸미고 싶어요. 공간이 유동적일 수 있게요. 처음부터 과한 것보다 천천히 맞춰나가는 식으로 소소하게 열고 싶어요.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거의 다 왔어요. 지용킴의 옷, 그리고 브랜드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느꼈어요. 어떤 영광이든 ‘팀’과 함께하고, 하나의 컬렉션을 만들 땐 ‘팀원’들과 무수히 많은 대화를 거치고요. 지금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이 있다면요?
정말 힘들었을 때, 돈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서 팀원을 모집할 수조차 없을 때. 브랜드 시작하기도 전부터 제 옆에서 오른팔이 돼주었던 친구가 있어요. 지금은 지용킴 디자인 팀장이 된 친구인데, 그가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박민준이라고요.(웃음) 그 친구의 웃는 얼굴이 생각나네요. 무섭게 생겼는데, 제겐 귀여운 친구거든요. 최근에는 파마를 해서 더 강아지 같고요.
이제 하나만 더 묻고 보내드릴게요.(웃음) 지용 킴의 미래를 한 단어로?
새로운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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