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byheyone’의 정해원과 나눈 이야기
WHO'S THAT GIRL?
KiiiKiii(키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byheyone’을 이끄는 정해원과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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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구독자에게 자기소개를 한다면요?
안녕하세요. 현재 K팝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정해원입니다.(웃음)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각주가 부족해, 앞으로 더 채워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터뷰 전 보여주었던 키키를 설명하는 PPT 자료가 인상적이었어요.
사전 정보가 없는 신인 그룹이다 보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스태프, 멤버들을 포함해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같은 온도와 집중력으로 함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하나의 파일로 그룹의 시작점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리했죠.
KiiiKiii의 데뷔 프로모션은 보통의 방식과는 다른 형태였어요.
SNS에 로고를 올리는 익숙한 방식 대신, 좀더 새로운 형태로 첫인사를 건네고 싶었어요. ‘키키’라는 팀은 공란이 있는 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팀, 그러면서도 유쾌하고 날선 팀이길 바랐어요. 따라서 다양한 작업자들의 시선으로 그려낸 키키의 모습으로 그룹명을 공개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강박적인 통일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이미지들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는 인스타그램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요.
그들을 선정한 기준은요?
뻔하지 않을 것, 다양한 카테고리 안에서 찾아볼 것. 그리고 꼭 이미지 형태로 그룹명을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고선경 시인께 키키의 콘셉트안을 드리고, 떠오르는 심상을 시로 표현해달라고 의뢰한 경우처럼요. 이 외에도 모히칸 아티스트, 휴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 등 ‘여자 아이돌’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키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자들을 선정했어요.
키키 프로젝트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건가요?
‘키키 멤버들을 통해 무엇을 보고 싶은가?’에 집중했어요. 평소 저는 조금 웃긴 걸 좋아하고, 비정형적인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많이 열어주셔서, 연습생 시절부터 멤버들을 중심에 두고 그룹의 방향성을 구체화할수 있었죠. 그렇지만 결국 실현자는 멤버들이기 때문에 저는 시작점의 키워드를 제시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데뷔 프로젝트와 기존의 세계관이 있는 그룹, 또 기존에 얼굴이 알려진 멤버가 있는 그룹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접근법이 달라질 것 같아요.
모든 프로젝트는 각 팀의 상황과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접근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명확한 세계관을 가진 그룹이라면 그 서사 안에서 타이밍에 맞는 기획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반면 멤버 개인의 성격이나 관계성이 중요한 경우엔 훨씬 더 ‘열린 기획’과 자유도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하죠. 특히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과 제가 보고 싶은 지점의 교집합을 초반에 섬세하게 바라보려 노력해요. 아이브의 데뷔 프로젝트를 상기 해보면, 당시 아이브는 그룹의 정체성이 소속사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었어요. 멤버 개인 영상을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고, 두 명의 이미 알려진 멤버와 네 명의 신인이 함께 데뷔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중의 정보 편차를 줄이는 것이 주요 목표였어요. 모두가 동일 선상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을 고민했죠. 잘 다듬어진 이미지와 탄탄한 콘셉트로 구성된 영상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자신의 목소리와 표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인사하는 첫인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획한 것이 멤버들의 개인 소개 영상인 ‘Show What I Have’예요. 학교 첫날 자기소개 시간처럼, 서로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 떨림이 혼재된 즐거운 순간을 담고 싶었고요. 촘촘한 가이드를 덧대면 덧댈수록 인위적일 수밖에 없는 기획이었기 때문에, 프리 단계에서는 최대한 열어두고 멤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업했어요. 가내수공업처럼 모두가 함께 최종 형태를 만들어간 작업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렇다면 일할 때 꼭 지키는 철칙은 무엇인가요?
‘철칙’이라는 단어가 꽤 무겁게 느껴지는데요. 철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어떤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해왔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게 됐어요. 저는 늘, ‘대중 혹은 소비자가 이 그룹이나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 그리고 ‘그에 대해 내가 얼마나 새로운 것을 제시할 수 있는가’ 이 두 지점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인물들과 곡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를 존중하고, 그 위에 제가 더할 수 있는 새로움에 집중하려고 해요. 또한 이 일은 개인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익숙한 방식을 반복하기 쉬워요. 그래서 늘 스스로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지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 해요. 그러면서도 결국엔, 보는 이가 이 그룹을 통해 무엇을 원하거나 원할 수 있을지를 읽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보니 ‘꼭 지켜야 할 철칙’이라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자주 스스로에게 상기하는 기준에 더 가까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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