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와 대중문화의 가장 깊은 곳을 딛고 솟아났던 핑크의 강렬한 순간
POWER OF PINK!
오랜 시간 우리 사회와 대중문화의 가장 깊은 곳을 딛고 솟아났던 핑크의 강렬한 순간들을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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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먼이 재클린 케네디로 분한 2016년 작 영화 <재키>에서 프랑스 디자이너 마들렌 퐁텐은 나탈리 포트먼을 위해 상징적인 슈트 세트업을 재창조했다. 재클린 케네디는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아내로 우아한 지성미와 뛰어난 패션 스타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영부인이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재클린 케네디의 패션 스타일 중에서도 그녀가 입었던 핑크 샤넬 슈트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복장이 되기에 이른다.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행렬 중 암살을 당한 그날 입은 옷이 바로 핑크 샤넬 슈트였던 것. 윌리엄 맨체스터가 2013년에 쓴 <대통령의 죽음>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이 직접 그녀가 당일 입을 옷에 대해 조언을 했다고 한다. 총격 사건 이후 재클린의 핑크 세트업은 피범벅이 되었고 지인은 옷을 갈아입으라고 권했지만 재클린은 “그들이 한 일을 보여주세요”라며 그대로 기자들 앞에 나섰다.
2023년 빌보드가 선정한 위대한 앨범 커버의 1위는 앤디 워홀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아트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정규 1집이 차지했다. 1967년 3월 12일에 발매된 앨범의 최초 버전은 커버에 스티커를 적용해 바나나 껍질 스티커를 벗기면 분홍색 바나나 속살이 나오도록 디자인됐다. 당시 앨범은 전위적이고 반문화적인 메시지로 라디오 방송에도 거의 나오지 않으며 평론가와 대중에게 외면받았지만 현재는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희대의 명작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당시 록 밴드들과 핑크 컬러를 연짓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밴드 클래시의 기타리스트인 폴 시모넌은 “분홍색은 진정한 로큰롤 컬러”라고 선언했으며 섹스 피스톨스 같은 펑크 밴드 역시 핑크가 가진 반항적이고 ‘나쁜 취향’의 측면을 강조하며 그들의 패션과 앨범에 핑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67년 사회학자 윌리엄 J. 바우몰이 고안한 이 용어는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노동력을 흡수하며 성장한 직업을 가리킨다. 여성의 노동력이 확대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로 핑크칼라가 가리키는 건 간호, 교사, 비서 등 사람을 돌보거나 대인관계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 직종이었다. 예로부터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았으므로 부조리한 노동환경을 떠올리는 ‘핑크칼라’는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직업적 성역할 구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여성이 주도하는 직종들이 바뀌고 있는 지금, ‘핑크칼라’의 의미가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날도 언젠가 오길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침묵은 죽음이다’ 혹은 ’죽음의 침묵’으로 불리는 키스 해링의 1989년 작품 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도 내가 아닌 동성애자들만의 문제라며 에이즈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회 전반을 겨냥한 제목이다. 일명 ‘게이 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었던 에이즈는 1980년대 중반 뉴욕 미술계를 강타했고, 키스 해링 역시 동성애자이자 에이즈 환자였다. 작품의 중앙에 놓인 핑크색 삼각형은 나치가 남성 동성애자 수감자에게 혐오의 의미로 부여했던 분홍색 역삼각형 배지를 차용한 것이다. 핑크색 정삼각형을 배경으로 눈과 귀를 막은 사람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을 통해 작가는 에이즈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을 떨치고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매년 10월은 유방암 의식 향상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이 있는 달이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 인식을 위한 국제적 상징으로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열린다. 지난 30년간 핑크 리본 캠페인을 이어온 덕에 지금의 핑크리본은 여성의 자유와 건강,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심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00년에 싱글 앨범 로 데뷔한 ‘핑크’는 팝 록, R&B 장르를 소화하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 솔직하고 당당한 가사와 매 무대마다 격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금발의 쇼트 커트와 파격적이고 중성적인 패션을 선보인 그녀는 2000년대 초반 ‘핑크는 여성적’이라는 인식을 돌파하며 여성성이 가진 의미를 재정의했다. 실제로도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여성성에 대한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1년 7월에는 비키니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거부하고 국제 대회에 나온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이 규정 위반으로 벌금 1500유로를 물게 되자, 국제핸드볼연맹(IHF)을 비난하며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자 선수들에게 비키니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듬해인 2022년, 국제핸드볼연맹은 비키니 유니폼 의무 규정을 삭제했다.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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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컬러 인문학(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개빈 에번스), <Pink Book?아직 만나보지 못한 핑크, 색다른 이야기>(케이 블레그바드), <내셔널 지오그래픽>, <Verywell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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