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본능을 추구하던 시절을 지나 우리는 다시 세로형 세상을 맞이했다.
릴스, 쇼츠, 웹툰, 쇼트 드라마,세로 광고판···. 하루에도 수많은 세로형 콘텐츠를 마주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세로 콘텐츠에 둘러싸이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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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로의 역사는 꽤 깊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사물을 정확히 묘사하고자 비례의 법칙을 따랐고, 이 과정에서 1:1.618, 즉 ‘황금 비율’이라는 완전한 형태를 고안했다. 이 비율은 건축뿐아니라 초상화에서도 활용했는데, 인물을 황금 비율에 맞춰 배치하기 위해 대부분 세로가 긴 형태로 그렸다. 독일의 북 디자이너이자 서체 디자이너였던 알베르트 카퍼는 책을 디자인할 때도 황금 비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 책, 잡지 같은 인쇄 매체가 세로형으로 발전한 것도 이러한 미적 기준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TV와 영화가 등장하며 미디어의 중심은 ‘가로 콘텐츠’로 옮겨갔다. 최초의 영화 미디어 화면은 4:3 비율로, 이는 곧 TV 표준 화면 비율이 됐다. 이후 영화는 TV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려 화면 비율을 점차 넓혀 와이드 스크린으로 진화했다. 4:3 비율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을 마음껏 담아냈고, 풍성해진 화면은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영원할 줄 알았던 가로형 세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세로로 긴 형태로 등장한 스마트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세로형 영상이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세로 비디오 증후군(Vertical Video Syndrome)’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온 세상이 세로형 영상을 기피하던 시절도 있었다.
세로로 영상을 찍는 건 아마추어의 행동으로 여겨졌고, 이를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예상보다 빨랐다. 네슬레의 CCO 관 힌 타이는 2019년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세로로 잡고 상하로 스크롤하며 보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는 마인드셋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그 말은 현실이 됐다. SNS 플랫폼들은 앞다투어 세로형 프레임에 최적화된 영상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국 모바일 분석 스타트업 ‘사이언시아모바일(ScientiaMobile)’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82.5%가 기기를 세로로 쥔 채 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한다. 심지어 가로형 영상조차 스마트폰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휴대폰을 돌리는 그 작은행동조차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 행태에 따라 TV도 변화를 시도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길하연은 “모바일 콘텐츠 소비 경험을 보다 큰 화면에서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세로형으로도 시청이 가능한 ‘더 세로’를 기획했다. 그러나 세로 콘텐츠의 확산이 늘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SNS 플랫폼들이 세로형 영상에 유리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가로형 콘텐츠는 세로 화면에 억지로 맞춰 편집되는 일이 잦았다. 이로 인해 오히려 콘텐츠의 매력을 잃고 사라진 경우도 많았다. 또한 세로형 콘텐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콘텐츠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TV는 세로형 예능의 선두 주자를 자처하며 2020년 <뉴팡!> <페이스아이디> 등을 선보였지만 고전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세로 콘텐츠는 점차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지금은 하나의 확실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중에서 요즘 가장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건 바로 중국에서 시작된 쇼트 웹드라마다. 1~3 분 내외로 구성되는 초단편 시리즈로 대략 80부에서 100부작에 달한다.
중국 쇼트 웹드라마의 인기를 분석한 한 논문은 “끊임없이 충돌을 만들고 반전을 거듭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한다”라며 우리가 이 장르에 매료되는 이유를 정리했다. 아이미디어 리서치가 발표한 <2023-2024년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연구 보고서>에는 쇼트 드라마 산업이 2027년에는 19조517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세로 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기준이 돼가고 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 성장을 이룬 중국의 쇼트 드라마는 한국 미디어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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