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반려동물은 없다.
끝까지 함께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호자가 반려동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반려동물이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 반려견 행동수정 전문가이자 수의사인 성지수 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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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수 원장 |
수의학을 전공해 호주 DOG Trainers Australia 반려견 전문 훈련사 과정을 수료했다. ‘좋아서하는동물병원’과 반려견 행동수정과 데이케어를 책임지는 기관 ‘도기캠프’를 운영 중이다.
반려생활 중인 보호자들은 주로 어떤 문제로 성지수 원장을 찾나?
처음 반려동물을 데려와 가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시키기 위해 찾는 보호자들, 소위 ‘문제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기관을 찾는 보호자들에게 솔루션을 주고 있다.
수의사가 의료적인 케어라면 교육은 좀 더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케어라고 할 수 있다. 양방향의 관점에서 건강한 반려생활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인사이트가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문제 행동이라고 일컫는 많은 행동들은 그 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본능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다만 사람과 더불어 살아 가기 위해 정도를 조절하고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교육과 관리를 추천하는 것이다. 잘 지내던 반려동물이 갑자기 이상 행동을 시작할 경우 신체의 불편함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먼저 건강 검진을 권한다. 그게 아닌 처음부터 기질적으로 불안정하고 예민한 아이라고 해도 그 아이의 문제로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 흔히 학대나 유기된 경험이 있는 유기견이 더욱 예민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특이한 히스토리가 없는 반려동물이라도 예민하게 태어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정서는 모체의 뱃속에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임신기 모체의 영양 상태나 스트레스 정도는 새끼의 신경계가 발달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 아직까지 국내는 펫숍에서 분양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 경우, 모견, 모묘들이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에서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출산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강아지, 고양이들은 조금 더 예민한 기질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서는 동배아들과 2개월 정도 성장할 때까지 함께 생활하며 건강한 상호작용을 하며 사회화를 시작해야하는데, 너무 빨리 분리될 경우에는 개체 간의 소통 문제나 애착 관계 형성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친구들의 경우 적응하고, 소통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트레이닝한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트레이닝이나 관리만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의사와의 면밀한 상담으로 치료가 필요한 불안 관련 문제인지 판단한 뒤 적절한 약물 치료도 함께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항장애나 ADHD,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기견은 새로운 가정이나 가정 내 다른 반려동들과 합사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펫숍에서 온 친구들도 다르지 않다니 놀랍다.
어디서 어떻게 데려오든 보호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생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사회화를 위해서는 많이 경험하고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노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국내 현실은 어린 반려동물의 경우 백신이 끝날 때까지는 외부 환경과의 접촉이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전문 켄넬의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미국,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1차, 2차 예방접종만 맞으면 바로 산책 사회화를 시작하지만, 아직도 전염병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국내는 다른 현실이다. 청결하지 못하고 전염병에 취약한 현재 번식장 시스템보다는 반려동물 복지에 맞게 청결하게 관리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방법은 반려동물이 가정은 물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일테다. 다른 반려동물,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맞다. 건강한 반려생활을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성 교육이다. 한국인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한다. 반려인구가 늘면 그에 걸맞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개인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강아지의 사회화를 얘기할 때 흔히 ‘강아지들끼리의 사회화’와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한 ‘사람과의 사회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강아지들이 다른 모든 강아지를 좋아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보통 강아지들은 생모 밑에서 동배아들과 성장하면서 동족끼리의 사회성을 배우게 되는데 국내에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분리되는 반려동물이 많기 때문에 그걸 보호자가 경험시켜줘야 한다. 보호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강아지들이 모여 있는 반려견 놀이터에 가 폰만 보는 것이다. 그러다 사고가 난다. 공동 공간에 갔다면 계속 자신의 강아지를 주시하며 매너를 지키며 놀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우리 집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를 밀어붙이고 있으면 중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공동 시설에 갈 때는 적어도 ‘콜링’을 먼저 배우고 가야 한다. 콜링은 보호자가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보호자에게로 오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시다.
강아지들끼리의 사회성을 갖추는 법을 이야기했는데,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과의 사회화’는 사람과 소통하는 부분과 함께 생활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을 포함한다. 다양한 상황과 사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환경을 경험시키라고 했을 때, 쉽게 범하는 잘못된 행동 중 하나가 환경에 ‘노출’만 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하고 그 상황을 반려견이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적응을 시키는 과정이 꼭 동반되어야 한다. 사회화에 대해서 설명할 때 항상 설명하는 것이 있는데, ‘골든존'이라는 개념이다. 골든존은 자기와 특정 물체 사이에 반려견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 필요로 하는 거리를 말한다. 골든존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대상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사회화는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하는 과정이므로, 한 번에 마술처럼 변화하기를 바라지 말고 단계적으로 적응시켜야 한다. 반려견의 역치를 크게 넘어서서 패닉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가 스스로 골든존을 좁혀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보디랭기지를 읽는 연습을 하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먼저 우리 집 강아지의 보디랭기지부터 관찰하다 보면 ‘이 친구가 긴장했구나’ ‘싫어하구나’ 하는 사인을 알아챌 수 있고, 그러면 어떤 상황을 연습하고 교육해야 하는지도 보호자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보디랭기지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다른 반려동물들의 상태도 예측할 수 있어 반려동물 간의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 있게 잘 지내고 싶다면 보호자가 먼저 공부해야 한다.
보편적으로 생후 1년 이내의 강아지, ‘퍼피’들이 보호자를 더 잘 따르고 사회성을 기르기 수월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반려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성견이나, 버려진 기억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일까?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에게 “성견이나 유기견을 새로운 집에 적응시키는 과정은 퍼피를 집에 적응시키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씀드린다. 이 친구가 이전에 흙바닥에 살았어도 잔반을 먹고 살았다고 해도, “새로운 환경인 우리 집은 아침 저녁 사료를 급여할 거고, 용변은 패드에 보는 야”라며 적응하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하면 시니어든 퍼피든 관계없이 알아듣고 따라와줄 거라고 설명한다. 퍼피는 성장과정을 거치며 여러 가지 보호자가 원치 않는 행동들을 하며 성장하고, 유기견들 또한 집에 적응하며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새로운 집에 대해 배우고 적응하는 데 3개월정도 걸린다. 그때가 정말 교육이 중요한 시기다. 3개월이 지나 6개월까지는 어느 정도 보호자에게 신뢰가 생기고 자신감을 가지면서 안 하던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크게 혼내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교육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책이나 놀이로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시켜주는 것도 좋다. 이전에 한 부정적인 경험 혹은 경험 부족에 의해서 성견은 교육의 속도가 조금 더딜 수 있으나 꾸준히 노력하면 어떤 아이들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반려동물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반려동물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보호자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통하는 거다. 그러나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강아지의 경우 여건이 되는 다른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록 하거나 유치원 같은 공간에 가는 것도 방법이다. 놀이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아지들끼리는 놀이할 때 즐거운 감정을 공유한다. “피곤한 강아지가 행복한 강아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놀이나 활동으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면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느라 문제 행동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컷 놀다 지친 강아지는 문밖에 사람 말 소리가 들려도, 소음이 나도 일일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잘 놀고 열심히 활동한 반려동물이 행복한 반려동물이 되는 거다. 그러나 반려동물마다 에너지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강아지에게 유치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 유치원이라고 해서 모든 곳이 책임감 있게 강아지들을 돌봐주는 것은 아니다. 보호자가 변별력을 가지고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노화하면서 질병이 생긴다.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끝까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것일까?
사람마다 경제 능력이 다르고 인식이 달라 그것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내리기 어렵다. 몇 년 사이 국내 반려동물 의료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이 뇌종양에 걸리면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치료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치료비 또한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노화에 의한 변화들, 혹은 난치병 같은 경우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무작정 완치만을 목적으로 치료하시길 권하지는 않는다. 반려동물의 기대수명과 사는 동안의 삶의 질을 고려해 수의사와 상담 후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완치 확률이 낮고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데 계속 치료를 강행하는 건 반려동물에게도 매우 괴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보호자가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의사 입장에서 치료를 중단하라 말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상황이 심각할 경우, 마지막엔 꼭 말씀드리는 편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까지도 보호자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치료’라고. 그러니 힘든 순간이 최대한 늦게 올 수 있도록 예방에 대해 조금 더 힘줘서 말하고 싶다. 반려동물은 7세쯤부터 노령으로 분류한다. 이때부터는 해마다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 매년 적당한 검사로 작은 질환들은 치료하고 꾸준히 데이터를 모아놓으면 큰 질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할수 있다. 중성화도 꼭 할 것을 권한다.
수의사가 아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의 입장에서 반려동물을 끝까지 사랑하기 위해, 끝까지 책임지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감과 연민. 나의 반려동물에게도 또 다른 집의 반려동물에게도. ‘쟤는 왜 저럴까?’보다는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문제 행동을 일삼는 친구라도 딱 3년만 잘 교육시키고 노력하면 조화롭게 지낼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운영하는 교육 기관에서는 반려동물이 졸업할 때 보호자들에게 꼭 편지를 쓰고 있다. “2~3년만 친구의 속도에 맞춰 열심히 소통해주시면 앞으로 15년은 효도할 겁니다”라고. 남은 시간은 평생 효도할 테니,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이해하면서, 공부하면서 끝까지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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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매거진이 반려동물의 안락한 삶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과 함께한 반려동물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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