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때를 착각한 초여름 비가 전국적으로 내렸습니다. 자연적인 기상의 변화일 뿐이지만 4월 16일을 앞둔 비는 시원함 보다는 슬픈 느낌이 강했어요. 팽목항에도 세찬 바람과 회색 비가 내렸습니다. 어느새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추모합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아픈 기억들을 위로합니다.
정치적인 잇속을 위해 타인의 아픈 기록을 이용하는 기사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선거가 끝나서 다행이에요. 목적이 있는 정치적 기사들이 빠르게 사라지더군요. 먹구름이 빠르게 흩어지고 자리한 해가 뜨겁게 존재를 알리는 하루입니다. '10년 전 그날과 날씨를 바꿀 수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하루이기도 해요.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는 머리와 가슴까지의 30cm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중에서 - 류시화 지음-
산들바람이 머리카락을 건드리고 지나갑니다.
차가운 머리와 가슴을 가진 자들에게도 따뜻한 기운이 전해질 수 있는 바람은 어디 없을까요?
25년 만에 일본에게 경제성장률이 밀리고, 한번 오른 물가는 도무지 내려올 기미가 없습니다. 채소와 과일은 값이 올랐지만 그만큼 농민들의 수입이 늘어난 것은 아니에요. 도대체 어느 지점, 어느 시스템에서 균열이 나고 있는 것일까요?
국격과 경제는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정작 이런 것들은 기사로 잘 나오질 않아요. 누가 명품백을 좀 선물 받으면 어떤가요.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빨간 당이고 파란 당이고 모두 동색(同色)이고 동색(銅色)으로 보일 뿐이에요.
이번 선거로 새로 직장을 얻은 자들이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기 바랍니다. 따뜻한 가슴까지는 기대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것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실망감이 크다는 걸 이제 알거든요.
급여소득자든, 사업소득자든.
보통의 사람들은 일을 하고 대가를 받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하며 수레바퀴가 맞물리면 참 좋겠어요. 직장을 얻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던 선거기간 그들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100명을 지켜내고 안 지켜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각자 흘리는 땀방울에서 모두가 달콤함 가치를 느끼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머리와 가슴으로 이동하는 길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