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 시바타 토요 지음
친절과 배려는 제가 참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마침 노사임당 작가님의 글을 읽는 중 한 문장에 유독 시선이 머뭅니다. <다정함은 덤이에요>에서 발췌한 문장입니다. (https://brunch.co.kr/@770583509c89406/325#comments)
짜증을 서브를 넣어도
웃음으로 리시브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니까
세상에는 온 힘을 다해서 나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불쾌하고 불만스러운 기분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할 까봐 최선을 다해서 얼굴을 찡그리죠.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고, 두꺼운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하더라도 태도와 표정이 엉망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해요. 2000원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프랜차이점 카페의 아침, 점심시간은 매우 바빠요. 아주 분주합니다. 고마운 알바생들은 수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해요.
예전 사무실 앞에도 비슷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었습니다. 동료와 제가 얼음공주라고 칭했던 알바생이 근무하는 곳이었죠. 늘 한결같은 표정과 태도의 그 직원은 참 차가웠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것이 문제가 되어 고객과 사소한 다툼이 있기도 했고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그 알바생을 볼 때면 늘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 알바생은 얼마나 힘들까?'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피해를 보는 건 정작 본인 스스로일 겁니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루를 잃어버리죠. 불만에 지배된 감정의 파편들이 상대방을 다치게 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상처를 입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일 거예요. 불친절한 성격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을 리 없습니다.
커피잔 밖으로 커피가 샐 정도로 커피를 내려놓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덩달아 기분이 다운돼요. 그래서 일부러 저는 더 밝게 "감사합니다" 하고 커피를 받았습니다. 그 알바생이 듣거나 말거나요.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의 친절이었지만, 그 알바생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진상손님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힘들다고 고객들에게 친절까지 제공할 필요는 없으니 조금 힘내라고. 일이 힘들겠지만 스스로에게는 조금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저금> -시바타 도요 지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상대방의 사소한 친절로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습니다. 카페의 친절한 알바생, 버스기사님의 사소한 안전 멘트, 건물 청소원 분들의 숨은 노력, 아이들의 조건없는 웃음. 하루 중에는 유독 많은 친절이 묻어 있지요. 짜증을 이곳저곳에 묻히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도 하지만, 분명 삶에는 꽤나 많은 친절들이 존재합니다.
작은 친절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아요. 엘리베이터에서의 작은 미소. 대중교통 안에서의 감사인사. 물건을 구입한 후의 환한 미소. 그런 작은 친절들을 베풀어 마음에 소복하게 쌓아요. 상대방을 위한 작은 친절과 배려는 사실 스스로에게 더욱 환한 힘이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많이 모아두려고 해요. 친절한 아저씨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