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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Apr 26. 2024

NO火를 받아들이는 자세

찰칵.


셀카에 찍은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에 깊은 주름이 보입니다. 웃는 것이 이쁘다고 하는데 셀카 속 남성의 팔자주름은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나이가 먹어가고 있나 봅니다. 사진앱으로 찍은 사진은 마음에 쏙 드는데 말이죠. 시간은 돌릴 수 없고, 피부과에 가서 하이푸 리프팅을 받을 계획도 없습니다. 사진 속 남성에 적응하고 친숙해지는 것을 택해야겠어요.


우리는 보통'노화'라고 하면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느린 걸음걸이 같은 특징적인 모습을 떠올린다.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상관이 있는 생물학적 노화는 우리 몸에 그 결과를 남긴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정희원 지음- 중에서

 보험회사 지점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보험설계사 분들이 60명 정도 되었고요. 지점의 조직과 매출을 관리하는 직책이었는데, 나이로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제가 가장 어렸습니다. 또래가 아닌 반세대에서 한 세대 이상의 연령차이가 나는 분들과 함께 일했던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30대 청년에게는 조금 벅찬 업무였지만, 돌이켜 보면 배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그 순간은 단순 역경으로 느꼈던 것이지만요.


 간혹 함께 근무했던 분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지금까지 잘 연락하며 지내는 분들도 있어요. 부모님을 제외한다면 제 삶에서 가장 깊은 교훈과 울림을 주신 분도 만났습니다.


 한편으로는 참 안타까운 생각이 있어요. 아무래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보험영업을 하다 보니, 누구든 각각의 형태로 마감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매 달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하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겠지요? 그래서일까요. 한참 인생의 선배님일 그분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 대개가 밝지 못합니다.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걸어온 삶의 흔적일 수도 있고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층에만 100명이 조금 안 되는 인원이 오밀조밀 모여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모여있어요. 이곳의 표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일그러져 있어요. 업무강도가 높기로 악명이 자자한 보험회사의 사무실답습니다.


 관상학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잘생기다. 이쁘다'를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의 표정을 살폈어요. 따라 하거나, 닮고 싶은 얼굴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참으로 새삼스럽더군요. 제 표정 또한 같을 테지요.


 예능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인생이 그렇게 호락하지 않지요. 다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났을 때 제 얼굴의 팔자주름이 제법 멋있는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멋있게 늙는다고 표현하잖아요. 세월의 기품이 중년의 이해와 배려를 만나 아주 멋있는 길을 만들어 주길 기대합니다. 그것을 하이푸의 강력한 초음파 에너지로 만들 수는 없겠지요.


 저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를 대하는 긍정과 감사의 마음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글을 적는 것은 참 좋아요. 생각을 단단하게 해 주거든요.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한 몸이 아니라 여유 있는 마음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어요. 생각과 마음을 키워야겠습니다. 화를 줄이고, 감사를 키워야겠어요.  No火를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James 아저씨 작가님 덕분에 행복한 새벽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amesuriv/128) ​마태 수난곡으로 시작하는 하루예요. 비록 가사의 뜻을 알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에 압도되어 행복합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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