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야구를 본다
"야구 좋아하세요?"
도무지 적당히 좋아할 수 없는 스포츠. 누구 작품인지 참 잘 만들었다. 야구팬들의 마음을 반영한 최고의 광고 카피다. 도대체 프로야구라의 정체가 무엇인지 보면 볼수록 참 어렵다. 프로야구를 흔히 해약의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만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응원하는 팀이 지면 지는 대로 화가 나고, 이기면 이기는 대로 화가 난다. 왜 조금 더 깔끔하게 끝내지 못했냐? 왜 교체타이밍을 그렇게 가져갔냐?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지 못하는 타자들에게 답답해하고, 스트라이크를 꽃지 못하는 투수를 보며 고구마 백개를 먹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우승팀이야. 이제 됐어."
작년 우승을 끝으로 야구를 끊었다. 금주 금연보다 어려운 것이 금야구다. 평일 저녁 여섯 시 반이 되면 나도 모르게 손이 폰으로 간다. 금단현상의 시작이다. 우승이라는 한을 풀었으니, 이쯤에서 그만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이별이야. 할 수 있어.' 다짐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잠실에서 줄무늬 유니폼과 헤어졌다. 그의 좋은 모습만 기억하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기로 했다. 환희와 감동, 눈물로 함께 했던 한국시리즈의 5차전이 끝난 밤이었다.
해가 바뀌어 올 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실패했다. 결국 지난 금요일 다시 잠실을 찾았다. 여전히 그는 멋있었고 늠름했다. "에엘지이이~ 트으위잉스으~'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트윈스 송은 여전히 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라인업송을 외치며 함성과 투기(鬪氣)를 보냈다. 상대팀은 올해 우승후보로 꼽히는 타이거즈다. 지난 시리즈 스윕의 굴욕을 안긴 팀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부상과 이적으로 인해 올 시즌은 작년과 같은 '최강'이라는 수식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전력이다. 왕조를 꿈꾸는 트윈스지만 올해는 이기고 지기를 반복하며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게임 내용이 좋지 못한 경기가 꽤 많았다. 무기력하게 지는 경기도 나왔고, 고구마 백개를 먹은 답답함으로 어쨌든 승리를 가져온 게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트윈스'다.
"야구 좋아하세요?"
"야구요? 아니요. 저는 트윈스를 좋아합니다."
실제로 야구가 해악의 스포츠일지도 모르겠다. 9회로 나누어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경기다 보니 환희와 좌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열 번 중에 세 번만 안타를 치면 잘한다고 인정을 받는다. 3할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경기다. 실패가 많은 경기다 보니 환희보다는 좌절과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내 키는 땅으로부터 재면 가장 작지만, 하늘로부터 재면 가장 크다
<나폴레옹>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본다. 줄무늬 유니폼의 신바람을 기대한다. 다만 이제는 조금 긍정적인 노력을 함께 해야겠다. 1등이 아니면 어떠리. 오늘도 그들과 함께 서울의 아리아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