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시골에 대한 향수와 로망이 있다. 날씨 맑음이라고 하지만 늘 회색이 겉칠되어 있는 듯한 하늘에 아쉬움이 있고, 해가 진 밤에는 도심의 환한 불빛에 숨어버린 별들을 볼 수 없는 것이 늘 아쉽다.
외가가 충청도가 시작되는 지점인 아산에 있다. 예전에 온양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백수(百壽)를 누리신 할머니가 살아 계시던 때에는 방학이면 늘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도 방학을 좀 즐기려는 꼼수와, 친정부모님과 손주가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하려는 의도가 섞인 엄마의 묘안이었던 거 같다. 아무튼 엄마의 전략으로 방학에 일주일 정도는 꼭 시골에서 뛰어놀았다.
호기로운 마음에 논 밭을 뛰어다니며 메뚜기와 개구리를 잡고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활도 쏘아본다. 참새를 잡아 본다며 활시위를 당겨 보지만 어림 택도 없던 시절이다. 도심의 규칙을 벗어날 기대감에 방학 때 놀러 가는 외할머니댁은 늘 신나는 놀이터였다. 물론 엄마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지만.
슬슬 집이 생각난다. 게임기와 비디오가 있던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엄마의 손과 품이 그리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횟수가 많아지는 꼬맹이였다. 그럴 때면 늘 두 살 위 형이 듬직하게 날 안아줬다. 작은 내 손보다는 조금 더 컸던 형의 손이 내 어깨를 두드리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해가 진 시골 마을은 온갖 곤충과 새들이 만드는 아리아로 가득했다. 엄마가 유독 보고 싶어지는 밤이 되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점들 사이로 엄마 얼굴을 그렸다.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 질 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하늘> -시바타 도요 지음-
어른이 된 지금도 자주 하늘을 바라본다. 푸르면 푸른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의 하늘을 참 좋아한다. 하늘바라기를 조금 더 해야겠다. 어쩌면 내 마음이 조금은 더 넓어질지도 모르겠다.